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학원앞에서...

주방보조 2014. 2. 8. 01:03

약 40년전 재수 학원 출신인 아버지가

세째딸을 데리고 집에서 비교적 가깝고 들어가기 쉬운 재수 학원에 등록을 시켜주며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한숨을 거듭 거듭 내뿜었습니다.

 

제일 열심히 공부한 놈이 재수라니...하는 한숨

얼마나 힘들 것인지...하는 한숨

이 비싼 학원비라니...하는 한숨

교재비에 식비까지...하는 한숨

까탈스런 반편성이라니...하는 한숨

1년을 또 숨죽여야 하다니...하는 한숨

 

그래도 세째딸은

전 괜찮으니 너무 마음 쓰지마세요 합니다.

20년 가까이 이 애비와 살면서

얼마나 소심하고

얼마나 다정하고

얼마나 여리고

얼마나 비관적인지 파악이 안 되나 봅니다.

허...마음이 어찌 안 쓰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

욕심을 버렸어야지

이제부터라도 그리해야지

마음을 다잡고

뒤돌아

아무렇지도 않은척 한마디 했습니다.

 

너는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문득

딸의 입에서도 한숨이 흘러나오는 듯한 환청이 들렸습니다.

 

 

한숨도 기도임을...

 

 

 

 

  • 한재웅2014.02.08 06:48 신고

    다정다감한 아빠가 있는 시째 따님은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답글
    • 주방보조2014.02.08 14:43

      ㅎㅎ...마음에 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도 든답니다.

      이젠 널 학원에 온전히 맡기고 편하게 살란다...말은 그렇게 했습니다만...^^

  • 김순옥2014.02.09 12:42 신고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한빛이가 강한 의지만 있다면 한번쯤? 하는 잠시의 생각을 말했을때
    숨쉴 사이도 없이 왜 내가? 라고 했던 기억이 있네요.

    원경이의 각오 만큼이나 한편 마음의 부담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죠?

    건강관리 잘하고, 컨디션 조절 잘하면 되고,
    끝까지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2.09 21:05

      마음이 어둡습니다.
      학원이라는 델 가보니 ... 이건 정말 아이를 공부기계를 만들고 어느 과든지 좋은대에 합격만 시키면 되고 ... 말하는 품새가 정말 맘에 안들었습니다. 학원이 갑이고 원생은 을인...먹이사슬이 느껴졌습니다.
      9개월만 꾹 참으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제가 문제거든요^^

      격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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