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가 군대가고 나서
교신이 책상의 옆 충신이 책상이 비었습니다.
수시에서 안타까운 실패?를 발판삼아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원경이가
집에 밥 먹으러 와서 잠간의 짬, 또는 기분 전환을 위해 몇시간 그리고 누나의 작은 사명감...동생에게 공부의 본을 보여주고픈...으로
충신이가 남기고 간 책상을 종종 이용하였습니다.
범생이 누나가 옆 책상에 앉아 있으니, 날날이 동생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그래도 둘 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여 책상 위도 치워주고, 거실에서 잡담도 금하고, 안방 티비소리도 낮추고...여러가지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교신이 막 방학하고니까 한달정도 흘렀네요.
저녁식사후 나실이 설겆이 끝나면 보던 것을 마무리 하고 함께 새집에 가겠다고 원경이는 영어책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교신이가 너무 피곤하여 자야겠으니 방에서 나가달라 하여, 원경이는 공부하다 말고 그 방을 나와서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여야 했습니다. 30분쯤 후 나실이가 설겆이를 마치고 정말 자나? 하고 방문을 여는 순간, 교신이가 전자사전으로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이건 반칙인데...생각했습니다.
당사자인 원경이는 상당히 불쾌해 하였습니다. 나실이만큼 드러나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방에서 공부 하지 않겠어" 이 한마디에 그녀의 모든 심경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날
나실이가 소리 질렀습니다. 야! 너 자지도 않으면서 뭐야?
내가 뭘?
열흘쯤 지나서
제가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라, 안 잘 거면서 공부하는 누나 나가라했으니...
제가 뭐가 미안해요?
그리고 열흘쯤 더 지나서
원경이가 교신이에게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 성경을 읽다가 용서하라는 말씀이 생각나서 기회를 주는거야
난 그런거 없는데
그리고 그렇게 오늘까지 또 열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원경이와 교신이는 그저 평소처럼 이야기하고 지냅니다. 나실이는 교신이에게 불쾌한 표정을 가끔 드러내도 원경이는 아무렇지 않은채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웃고 합니다.
그러나 집에 와도 절대로 그 책상에 앉아 공부하지 않습니다. 피아노뚜껑 덮고 거기 책을 올려놓고 공부하거나 김치냉장고 옆에 쭈구리고 앉아 공부합니다. 그리고 나실이 설겆이 끝나면 곧바로 새집으로 함께 가버립니다.
교신이는 절대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을듯 합니다. 지난번 가출미수사건 때도 집안 식구들이 자기를 따 시키는 것같고 아버지가 왠지 불편하다며, 자기의 행동에 대한 온 가족의 반응을 적대시하고 있었으니까요.
...
저의 외할아버지께서
저의 어머니에게 하셨다는 말씀...'형제는 남 되는 시초다"...공감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이니까
자식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마음이 통하고 그러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한 놈은 존심으로 똘똘 뭉쳐 자기밖에 모르고
한 놈은 뒤끝이 은근히 작열하고 있으니 ... 슬픕니다.
...
둘을 마주 대 놓고, 화해 시킬 능력이
언제 어디서 사라졌는지 제겐 이제 없습니다.
겁부터 납니다.
자식들에게 나의 제안이 거절 당할지 모른다는 겁 말입니다.
아버지를 사표낼 수 있다면, 빤질한 교신이 놈 면상에 사표를 휙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뒤끝있는 원경이에겐...조심해야 되겠지요^^ ㅎㅎㅎ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치겠다... (0) | 2014.02.12 |
---|---|
학원앞에서... (0) | 2014.02.08 |
하루를 셋으로 나누리라... (0) | 2014.01.20 |
백수들의 한강 산책... (0) | 2014.01.16 |
교신, 중학교 전교회장이 되다... (0) | 2013.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