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7시 20분
의정부에서 차를 몰고 오신 작은 처남의 차를 타고
직장때문에 못가는 진실과 학교때문에 못가는 교신을 뺀 나머지 저희부부와 나실과 원경 그리고 처남 다섯이
눈발이 흩날리는 고속고로를 달려
9시 40분 36사단에 도착하였습니다.
사과 두개와 콜라 큰 것 1병 그리고 몽쉘과 오뜨를 한 상자씩 준비했습니다. 단 것과 과일을 많이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으므로...
강당에 들어가자
이미 150명의 훈련병은 각지게 서서 마지막 수료식 연습 중이었습니다.
군대는 키 큰 순이므로 179 또는 181 이라는(잴 때마다 다르다나^^) 충신이는 앞에 서 있을 것으로 예측하여 맨 앞 관람석?에 갔더니
두번째 줄 세사람 건너에 눈동자 하나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서있는 ...참^^ 신기한 충신이가 거기 있었습니다.
10시부터 약 20여분간 수료식이 진행되었고
물론 충신이는 예상대로 포상휴가 대상(5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멋있게 서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서가 이등병 계급장을 가슴에 붙여주는 것이었는데, 아내에게 양보하였고
충신이는 주머니에서 카네이션뱃지 두개를 꺼내 우리 가슴에 달아 주었습니다. (아내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그 뱃지를 달고 나갔습니다. 대신 휴대폰은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리시고)
눈물이 조금 나려 했는데 사나이답게 잘 참았습니다. 무사히 훈련을 마쳐주어 감사했고, 겨우 5주 훈련에 이 정도 반듯한 외형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에 약간 화도 났습니다. ㅎㅎ
외삼촌 차의 앞 자석은 충신이에게 양보하고 뒷자석에 4명이 끼어 앉아 원주 시내로 나갔습니다.
이리 저리 빙빙 돌며 찾아보았으나
결국은 원주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우리들은 원주의 중심가인 고속터미널 주변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정하였습니다.
원주시내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7시까지, 충신이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일이 우리들의 사명이었습니다. 8시까지 귀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단계 점심: 고기를 먹여야 한다 하여 무엇을 먹겠느냐 물으니 삼겹살이란 대답을 듣고 '새마을식당'이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소금구이와 돼지불고기를 시키고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를 시켰습니다. 고기를씹는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하며...웃음이 터져 나오는 녀석의 입 안에서 돼지고기들이 우걱거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9만원)
2단계 주차: 식당을 나와 길가 주차장에 차를 추차시켰습니다. 나중에 총 요금이 12000원이 나왔는데 좀 깎아주었습니다.^^(1만원)
3단계 후식: 투썸플레이스...케잌과 커피 쥬스를 마시며 편안하게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차 안에서 우리가 가져간 달달한 준비물들은 이미 3주차 이후부터 구내매점을 이용할 수 있어서 신물이 나게 먹었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던 녀석이 고급케익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갉아먹었습니다. 그리고 통화정지된 자신의 핸드폰을 받아서는 와이파이존이라 된다는 인터넷으로 궁금했던 것들을 이리 저리 살펴대었으며, 엄마의 핸폰을 받아서는 여기저기 전화질을 해대었습니다. 밖은 눈이 그치고 해가 밝게 떠 있었습니다.(3만원)
4단계 오락실: 아무래도 어른들과 아이들 셋씩 함께 있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여겨져서 아이들끼리 노래방에나 다녀오라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그 동네 몇 노래방이 열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메가박스 안의 게임방으로 갔습니다. 투썸플레이스에 남은 노인들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걱정하며 대담하는 중 아이들은 약 두시간 가량 놀다 돌아 왔는데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 듯, 군기가 쏙 빠진 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1만원)
5단계 저녁식사: 5시 40분쯤 되어 주인공의 피자타령에, 제가 정말 좋아하지 않는 피자를 먹으러 미스터피자에 갔습니다. 피자 한판 시키고, 샐러드 여섯 하여 느끼하고 달달한 제겐 최악의, 그러나 충신이에게는 성찬인 저녁식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밖에는 어둠이 짙게 깔리고 눈은 펑펑 내리고 헤어질 시간은 점점 다가왔습니다.(5만원)
6단계 귀대: 7시에 미스터피자에서 나와 주차해 놓은 차를 찾아가는데 벌써 제 속은 부글거리고 갑갑해 오고 있었습니다. 운동부족에 먹지말아야할 것들만 먹은 탓입니다. 부대에 도착한 것이 7시 40분쯤 되어서인데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들을 내려 놓고 곧바로 주민등록증 을 돌려 받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종말이 무척 허무했습니다. 한번 더 꼭 안아 주었으면 좋겠다...아쉬웠거든요.
...
눈내리는 밤길을 달려 9시40분쯤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사실 나실이는 목이 퉁퉁 붓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올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약을 왕창 먹고 약기운으로 떠들어 대었으며, 거의 재수를 결심한 원경이는 마지막 하루의 휴가다 생각하고 따라나선 길이었습니다. 의리 있는 딸들입니다.^^
작은 처남도 하루 휴가에 차량동원에 너무나 수고를 많이 하였습니다. 언제나 우리 가족의 엔젤이시지만, 이번에도 참 고마웠습니다.
예전엔 이런 면회나 외출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 훈련소 갈 때도 혼자 갔고 훈련끝나고 자대배치 될 때도 면회니 외출이니 그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토요일과 일요일은 훈련이 없다고 하고, 훈련병이 부대 피엑스에서 뭘 사먹다니...게다가 가족이 데리고 외출하여 점심만이 아니라 저녁까지 먹일 수 있다니 말입니다.
...
오늘은 자대배치 받고 도착했다고 전화가 허락되었답니다. 옆에서 제가 듣고 있는데 녀석이 원경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여기 무지 좋아, 진짜사나이에 나오는 침대도 있고..."ㅎㅎㅎ
좋은 환경인만큼...반대급부의 어려움도 따르겠지요.
LOL에만 쩔어 있던 평소때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게
훈련병 기간동안 잠언과 창세기부터 역대기하까지 성경을 읽었다니 ... 앞으로도 쭉 말씀으로 세상을 이기는 힘을 길러 나가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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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교육이라는것이 단기간에 사람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 처럼
답글
보여도 사람의 본성이나 가치관이 강압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겉으로 그런것처럼 보일 뿐이지요
휴가나 제대하면 군에서 하던짓 다 잊어버리지요^^ -
이제야 충신이의 면회기를 보게 되었네요.
답글
아직은 햇병아리 군인의 순수한 모습이 역력하네요 ㅎㅎ
지금 마음처럼 변함없는 충신이의 군생활이
제대 후에는 부모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효자가 되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건강하게, 씩씩하게 군생활 잘하기를 기원합니다.
저희 가족에게도 곧 다가올 일이기도 하네요.
이런저런 충고에도 불구하고 한빛이는 휴학하고 놀다가 입대하겠다면서
5월 언제쯤으로 육군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카튜사지원도, 공군지원도 다 무시해 버리고...-
주방보조2014.01.03 12:26
충신이는 의경, 공군, 해군도 다 지원했으나 다 떨어졌습니다. 카츄사는 아예 지원할 능력도 안 되었구요.
할 수 없이 끌려 간 곳이 육군인데...ㅎㅎ
한빛이는 어딜가든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훈련받기에는 5월이 좋습니다. 4월도 춥거든요.
육군 소총수...제일 흔한 보직이지만, 하고 나면 가장 보람되다 합니다.
한빛이 군에 가면 어쩝니까? 한빛이마저 없으면 너무 허전하실 듯 합니다. 저희집은 말썽장이 충신이 하나 없어도 집안이 적막강산인데,
5월 지나기 전에 한얼이가 귀국해서 부모님 곁에 있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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