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복음(합동복음·총회장 김상영)이 교계 언론을 장악하려고 한다. 한기총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의 취재를 막고, 광고·구독 금지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합동복음은 기사를 삭제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위협했다.
▲ 한기총은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한 4개 언론사의 출입 금지를 결의하고 이를 알리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은 <뉴스앤조이>와 CBS·<기독교보>·<들소리신문> 등 한기총 비판에 앞장선 언론을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12월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길자연 목사는 4개 언론사를 향해 일방적·편향적 보도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한국교회의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15일에 열린 임원회는 4개 언론사의 출입 금지를 결의하고, 이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까지 만들어 사무실 입구에 내걸었다. 현수막도 모자라 출입 금지 대상 언론사에 공문을 보냈다. 한기총은 공문에서 "귀사의 출입 금지를 결의했으니 출입하면 엄중히 문책할 것이다. 더불어 광고·구독 금지 운동을 전개하겠다"라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많이 부담스러웠는지 아예 상표권을 선점해 보도를 막으려고 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뉴스앤조이>를 없애려 하다)
이단 의혹 합동복음, 내용증명으로 언론 겁박
▲ 한기총은 출입 금지 대상 언론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구독·광고 금지를 하겠다는 '협박'이 담겨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언론 단속에 교단도 가세했다. 주인공은 이단 혐의를 받고 있는 장재형 목사가 창립한 합동복음. 합동복음은 교계 언론사에 기사 삭제와 보도 자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내용증명은 <뉴스앤조이>와 CBS에 보냈다. 지워 달라고 한 기사는 한기총공동취재단이 취재해 <뉴스앤조이>, CBS, <기독교연합신문> 등 주요 교계 언론이 보도했던 합동복음 실체에 대한 기사다. (관련 기사 : 합동복음 과연 실존하는 교단일까) 합동복음은 이 기사가 "무책임한 보도", "어처구니없는 허위 보도"라며, 기사를 작성한 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만약 내용증명을 받은 뒤 24시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합동복음은 보도 통제 시도까지 했다. 장재형 목사는 이단이 아니니 보도에 참고하라는 내용증명을 <뉴스앤조이>·<기독공보>·<기독신문>·<뉴스미션>·C-Channel 등 거의 모든 교계 언론사에 보냈다. 이 내용증명 말미에는 "근거 없는 주장을 공연히 유포하거나 언론사를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니, 귀사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문구가 실려 있다.
기자들, 크리스천기자협회 성명과 삭제 요구 거절로 맞대응
▲ 합동복음은 언론사에 기사를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보도 조심해서 하라"는 식의 내용증명까지 뿌렸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언론사는 출입 금지와 광고·구독 금지 '협박'에 위축되기 십상이다. 취재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한두 번 소송에 시달리다 보면 비록 이긴다 하더라도 다시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가 꺼려진다. 그러나 기자들은 굴하지 않고 언론 탄압에 맞서고 있다.
크리스천기자협회는 12월 26일 "한기총은 시대착오적 언론 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출입 금지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기총의 행태를 "한국교회를 위해 비판적, 양심적 목소리를 내는 기독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졸렬한 태도", "기독 언론 전반을 자신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또 언론 말살을 자행하는 한기총을 좌시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지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와 CBS는 합동복음의 기사 삭제 요구를 거절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의 한 관계자도 한기총 태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교회 연합 기관은 교계 언론과 협조해야 하는데, 언론을 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한기총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그동안 한기총과 정치·사회적 이슈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 한기총이 금권 선거 의혹에 휩싸이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한기총을 비판하는 논평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