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눈이 내린다는 소식과 화면을 보고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약간 물기가 젖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가을이면 좋겠는데 어제 마지막 단풍든 노란 은행잎에게 무자비한 사형을 집행하더니 마치 혁명을 이룬 점령군처럼 겨울이 눈을 앞세워 속전속결 가을을 접수해 버렸습니다. 서울에 올라왔던 첫해 누나와 함께 쌓인 눈을 밟으며 광화문의 가로등과 그림같은 눈을 감탄했던 추억... 그렇습니다. 첫눈은 우리에게서 가을의 남은 기운을 빼앗아 버리는 추억이란 무기로 무장한 점령군입니다. 관희와 골목길 비탈을 미끄럼질하던... 규식이와 앞 마당에 가득 모아놓은 눈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킬킬거리던... 대전엔 참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아현동 균명중학교에서 서대문쪽으로 빙 돌아 내려오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