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조정희칼럼

[개념]앎과 믿음(1)

주방보조 2004. 2. 8. 00:28
<제64호> [개념] 앎과 믿음(1) 2001년 11월 02일

며느리밥풀 꽃을 아십니까?  

여러 해 전에 "며느리밥풀 꽃에 대한 보고서"라는 이현세씨의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판됐었습니다.  그 만화의 첫 지문이 바로 "며느리밥풀 꽃을 아십니까?"였습니다.  그때
저는 이미 전공을 범죄학으로 정한 상태여서 그런지 그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궁금했던 것은 '며느리밥풀이 도대체 어떤 풀인가'였습니다.  워낙
게을러서 백과사전이나 식물도감을 찾아볼 생각은 않으면서도 두고두고 궁금하게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철학 개론 첫 시간의 서론으로서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습니다.  "필로소피(philosophy)란
무엇인가?  '알기'(sophia)를 '좋아함'(philos), 즉 애지(愛知)이다."  뭐 이런 식입니다.  
한국에서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런다는 걸 알바니에 와서 알았지요.  

그렇습니다.  철학의 일차적인 목적은 "앎"입니다.  철학자들은 무언가 아는, 혹은 알려는
사람들입니다.  "철학(哲學)"이라는 말 자체가 그렇습니다.  철(哲)자가 "사뭇 알 철"입니다.  
알아도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사뭇 아는 것," 즉 철저하게 끝까지 아는 것이 바로
철(哲)입니다.

그런데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앎"을 좀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믿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되기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 많이 아는 신도들은
오히려 목회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꼬치꼬치 따지기는 잘 하는데
정작 믿음이 없다는 거지요.  

"죽으면 죽으리라"의 저자 안이숙 여사는 일제시대 성도들이 "예수, 천당" 두 마디만
가지고도 선교는 물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특수한
상황에 처한 기독교인들의 특수한 신앙생활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로마 박해 때의
기독교인들처럼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땅굴파고 들어가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미친 놈 소리 듣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기독교인들에게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마라, 그저
'예수, 천당' 두 말만 믿어라"고 하면 겉으로야 점잖게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겠지만
속으로는 "쪼다"라고 그럴 것입니다.

또 "가방 끈 길이와 믿음은 별개"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당연한 이야깁니다.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상식이나 전공 지식을 쌓는다는 것이지요.  그 전공 지식이 신학이 아닌 한
(혹은 심지어 신학인 경우에도) 기독교의 앎이나 믿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사회의 학력(學歷)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나 믿음이 상관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경제학 교수더러 수채화를 못 그린다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한 비판이 아니잖습니까?  비교의
준거가 잘 못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믿음"과 비교할 만한 "앎"이란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아마 "하나님에
대한 앎"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나님에 대한 앎이 믿음과 어떤 관계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성경에서는 앎과 믿음을 그다지 대립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요한복음 6:69에서는
"우리가 주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신 줄 믿고 알았삽나이다"는 제자들의 고백이 나옵니다.  
요한1서 4:16에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앎과 믿음은 구별되어야 마땅한 것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술의 순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의 "믿고
알았다"는 표현을 가지고 "믿음"이 선행되어야 "앎"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런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서 성경의 같은
저자(사도 요한)는 요한1서에서 거꾸로 "알고 믿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니 앎과
믿음은 우선순위나 인과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두 성경구절을 통해서 우리는, 믿음과 앎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서로
연관되어 있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두 중요한 개념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조정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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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그 며느리밥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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