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전환기...

주방보조 2016. 7. 23. 18:12

며칠전 세 딸들이 사는 새집의 집주인이 2년만에 전화를 했습니다.

재계약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전화입니다.

사실 이 날을 기다리며 상당히 오랫동안 많은 고민에 휩싸였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두 딸을 독립을 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둘을 내 보내고, 원경이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새집을 우리가 무리하게 지탱할 필요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정규직이라고는 하나 작은 기업에 다니는 맏딸과, 여전히 계약직의 상황을 못 벗어난 둘째딸의 불안정성과

세째딸의 기숙사행도 확실한 것은 아니므로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교신이가 아직 고2인데 가족이 흩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제 흩어지면 다시는 지금처럼 매일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며 지낼 수 없다는 감상적인 생각에...우리 칠스트레일리아의 전환기를 2년 느슨하게 잡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차후 계획은

내년쯤 두 딸을 상계동의 작은 집으로 보내고 충신이가 그후 대학을 졸업하면 원룸이라도 얻어 독립시키고,

2년 뒤 이번 재계약 기간이 끝나면 원경이도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될터이니 한학기쯤은 언니들과 함께 지내도 될 것이고, 우리와 함께 있는 교신이도 대학에 들어가면 형에게 붙여주든(절대 안 가려하겠지만) 기숙사로 보내든 하면 되리라 생각하였습니다.  

 

2년 후 다섯아이를 모두 내보내는 데 성공하면

우리 부부는 새끼들에게 몸을 내주고 껍질만 남은 어미거미처럼 가볍게, 어디든 날아 갈 수 있게 되겠지요.

 

...

 

501호 집 주인인데요.

네 

이번에 6천만원을 올려서 계약하려 하는데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재계약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월세로 받고 싶습니다.

얼마입니까?

6천만원에 대하여 6% 30만원입니다.

음...2천만원은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20만원이면 어떻겠습니까?

아내와 상의해 봐야겠습니다.

네...

 

집주인인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9월00일에 그 부동산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고민이 길었던만큼, 대화는 간단하게 끝이 났습니다.

 

이별을 준비하는 2년간의 전환기라니...슬픔이 은근히 밀려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외로워지는 것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또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년의 과업인 것을 말입니다.   

 

 

 

 

  • 한재웅2016.07.23 20:39 신고

    2년에 전세금 6천만원이 올랐군요!
    2년후에는 계획하신 모든것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답글
  • 김순옥2016.07.25 10:35 신고

    요즘처럼 은행금리가 저렴한 상황에서도 월세 이자는 만만치 않아요.
    독립을 시키시는 일도 각각이네요.
    한빛이 학교 때문에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머물러 있답니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하는데...품을 벗어나서도 자식은 변함이 없겠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6.07.25 19:41

      저나 아내는 부모품을 떠난 뒤 거의 완벽하게^^ 독립을 했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래주기를 바라긴 합니다만...
      우린 결혼과 동시에 독립이 이루어진 경우이니 좀 다르긴 할 것같습니다.
      일단 딸들 독립시켜보면 알겠지요. 뭐니뭐니해도 결혼이 만만치 않아서...진실이부터 짝을 구해야 하는데...ㅎㅎ

  • 들풀2016.07.25 15:55 신고

    그래도 2년만에 육천이면
    너무 오르는거 같습니다.
    아이들 문제.
    사실 끝이 없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6.07.25 19:56

      아이들 떠나면 쌩까고 살고 싶습니다.^^ 될지모르겠지만..

      집값은
      2년전에 4천 이번에 6천...4년만에 1억...입니다.
      속속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데...저희도 2년뒤면 떠날 꿈을 가지곤 있는데
      갈 곳을 잘 모르겠습니다. 고향도 없고...연고도 없고...ㅎㅎ

  • 들풀2016.07.27 07:11 신고

    아이들 생까고 사시려면
    우선 2년뒤 머나먼 남쪽나라로 오십시요...!!
    산책길도 좋고
    들풀도 있고..ㅋ

    답글
    • 주방보조2016.07.27 15:49

      영월까지는 생각해 봤는데...ㅎㅎ 생각을 좀 더 거대하게 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