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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후 해고...그리고 자살한 25세 그녀의 비통한 사연(조선)

주방보조 2014. 11. 15. 17:00

[여성조선] 성희롱 후 해고… 자살한 그녀에게 비통한 사연

  • 취재 박지현 기자
  • 입력 : 2014.11.13 17:00 | 수정 : 2014.11.15 15:00

    중소기업중앙회 CEO스쿨에서 무슨 일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졌다. 이제 겨우 25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권모 씨가 자신의 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권 씨의 유서 및 이메일 전문을 입수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악착같이 살았다. 대학 땐 장학금을 받았고, 조기졸업까지 한 재원이었다. 졸업 후 권 씨는 중소기업중앙회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엔 한 명문대 대학원도 다녔다. 일주일에 두 차례,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권 씨의 동기인 K씨는 “성격도 좋고 명석했다”면서 “타 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할 실력이 충분했지만 뜻이 있어 그 길(계약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권 씨가 속한 부서는 인재교육부. 중소기업 및 유관기관 임직원 교육과 연수 업무 등을 맡는 부서다. 입사 이후에도 늘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성조선] 성희롱 후 해고… 자살한 그녀에게 비통한 사연
    권 씨가 인재교육부에서 담당한 업무는 ‘SB-CEO스쿨’의 전문위원. 이 스쿨은 중소기업 CEO와 국회, 정부, 중소기업 유관기업 인사들이 참여해 중소기업 관련 현안을 공유하는, 일종의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전문위원직은 일견 화려한 직책이지만, 계약직인 탓에 매달 136만원(실수령액)을 손에 쥐었다. 그렇다고 불평은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고, 정규직 전환 또한 목전에 두고 있어서였다. 남다른 의욕과 부푼 기대에 대한 대가는 야속했다. 돌아온 건 중년 남성들의 성희롱. 입사한 2012년 이래 근 2년간 이어졌다.

    “오빠라고 불러라”… 2년간 성희롱
    권 씨는 참다못해 이 사실을 직속상사 K씨에게 알렸다. A4용지 약 5장의 분량의 이메일을 통해 그는 2년간 겪었던 크고 작은 성희롱 사실을 밝혔다. 이메일은 “원래 저는 성문제에 전혀 민감하지 않다. SB-CEO스쿨을 담당하면서 중장년 남성 CEO가 주 고객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감정이 상했던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일들은 많았지만, 굵직한 것만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가 언급한 ‘굵직한 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저녁 식사를 하자며 불러낸 자리에서 (약을 복용 중이라 밝혔음에도) 계속 술을 권했고, 저녁 식사 자리가 끝난 후 노래방에 가자고 종용하다 대로변에서 권 씨를 들어 올렸다. 스쿨의 7기 원우였던 한 남성은 식당에서 실수인 척 넘어지며 권 씨의 다리를 만지기도 했다. 또, 제주 워크숍 당시에는 한 원우가 블루스를 추자고 했고, 다른 원우들이 부추겨 억지로 나갔던 일도 있었다.

    권 씨는 메일 상 “그렇게 질질 끌려나가지 않도록 누군가 말려주길 원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스쿨을 수료한 한 중소기업인 A는 본인을 ‘오빠’라고 부르라고도 했다. 그 밖에도 8기의 K원우에게서는 도를 넘은 희롱성 발언을 들어야 했다. K는 권 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 씨, 오늘 학교에 못 갈 것 같아. 빠○○(성관계를 속되게 이르는 말) 해야 돼서. 미안미안. 근데 ○○씨는 빠○○가 뭔지 알아?”라고 했다고 권 씨는 밝혔다. “그 뜻은 모르겠다”라고 했더니 그는 “진짜 뜻 몰라? 응? 응? 에이 알면서~ 결석이라는 뜻이야”라며 전화를 끊었다.

    성희롱 사실 알리자, 해고

    
	A4용지 약 5장의 분량의 이메일을 통해 그는 2년간 겪었던 크고 작은 성희롱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유서.
    A4용지 약 5장의 분량의 이메일을 통해 그는 2년간 겪었던 크고 작은 성희롱 사실을 밝혔다. 사진은 유서.
    초반에는 그저 농담이려니 하며 넘겼다. 그러나 여러 사람에게서 지속적으로 당하다 보니 급기야 메일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간 참아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규직 전환이 무산될까’ 봐서였다. 실제로 메일 말미에 권 씨는 “솔직한 심경은 그동안의 이러한 일들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전환에 성공하고 싶다”면서 “무사히 전환돼 이런 나쁜 싹을 보이는 사람들을 강하게 쳐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업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으며, 상사들로부터 정규직 전환 약속까지 받았던 권 씨는 결국 해고(계약해지)됐다. 메일을 보낸 지난 6월 29일로부터 약 2개월 후인 8월 말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을 잘해서 인사위원회에 올렸지만, 부결됐다”면서 “권 씨와 같은 직원들이 60여 명이나 있는데, 그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처사였다”고 해명했다. 해고 후 며칠 뒤인 9월 26일. 권 씨는 인천 부평에 위치한 자택에서 목을 매고 말았다.

    “다음 생엔 엄마를 위해서 살게”
    권 씨가 스러진 자리에는 엄마에게 보내는 유서 한 장이 남았다. 유서에는 “2년을 최선을 다했는데, 24개월을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 2년 동안 많이 지쳤고, 기대도 컸고, 최선을 다했다. 내가 ○○○(상사)한테 그 메일을 안 보냈다면 이렇게 됐을까? 충분히 보복 의도를 갖고 고의적으로 이 결과를 만들었다고 본다. 내가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있을게.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으니까 천천히 와. 다음에 만날 땐 엄마가 내게 그랬듯 내가 엄마를 위해서 살게”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권 씨의 외삼촌인 김모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든 유가족이, 특히 ○○ 엄마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외삼촌 된 도리로 엄마 대신 진상규명에 최대한 나서 ○○의 억울함을 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월 13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가지고, 사과문 형식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유족이 희망하는 고인의 명예회복 등 필요한 조치와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또 “유사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중기중앙회 내의 업무보조 직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등 운영체계 전반을 개선하고, 사회 전반의 이슈가 되고 있는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 실시 등을 통해 모범을 보이겠다”고 했다. 성명서에 앞서서 인재교육부 관련 직원은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