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글이 안 올라 오길래 장문의 글을 염치불구하고 올렸습니다.
읽으시느라고 애쓰셨습니다. 이 방에 올릴 생각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만,
쓰고보니 종교 일반에 관한 내용이기도 해서 올린 것인데,
님께 버거움을 드렸다면 죄송하네요.
님이 말씀하시는 아버님에 대한 사랑과 용서 구함.
저도 이해합니다.
한국전쟁을 몸소 겪으며 그 피폐했던 시공을 지내셨던 우리의
아버지 세대를 향하여 누군들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제 글의 의도는 그 아버지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아들의 삶이
시작된다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비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를 계속 경멸하자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어정쩡한 화해는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화해는 용서를 구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아들 스스로 아버지를 극복한 삶을 살아낼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원필님은 행복한 분이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서라도 그 아버지의 편지를 받을 수 있었고,
자식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는 훨씬 더한 악몽의 세월을 살았습니다만, 편지 한 장은 말할 것도
없고, 따뜻한 말 한 마디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분을 사랑합니다.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사랑합니다.
아스트롤라비우스가 부럽고,
원필님이 부럽습니다.
아, 참. 아벨라르의 사랑을 읽지 못하셨으면 한 번 읽어 보시지요.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전도서 기자의 얘기가 참임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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