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신정아를 통해서 보는, 여자로 살아가는 길...

주방보조 2011. 3. 23. 15:53

신정아라는 여인의 삶을 두 가지 문제로 크게 나누어 보면

하나는 학위위조이고

또 하나는 그녀의 남자관계입니다.

 

학위위조와 그것으로 출세를 도모한 것은 그녀의 당찬 성격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일입니다만

그녀가 이번에 4001이라는 자서전을 통해서 풀어놓는 남자들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이 책을 사지도 않았고 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신문기사에 올려진 몇 가지 글들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자연씨의 가짜 편지 사건이 얼마전입니다. 그러나 어느 여론조사에도 그 가짜 편지의 내용이 온전히 거짓이라는 것보다, 진실에 더 가깝다고 하는 편이 월등하게 많은 것은 이나라 민중들이 연예계의 여자들이 갖는 설움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일 겝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이 연예계뿐 이겠습니까? 

신정아라는 젊고 예쁘장하고 비록 허위위에 세워진 자리였지만 독신 여교수라는 매력적인 지위를 가진 여자를 향한 변양균씨의 접근이나 비록 사실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정운찬 당시 서울대학교총장쯤 되는 이의 싱거운 집적거림이 보여주는 것은,  연예계든 교육계든 여자가 살아가는 법이 비슷한 것임을 쉽게 이해하게 해 주지 않습니까?

 

여자는 돈이 많거나 능력있는 남자에게 웃음을 주고, 좀 특별한 경우 나아가서 몸까지 주고, 그리고 이 사회의 일각에서 안정되고 확실한  수입과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현실이 일부이지만 '실존'하고 있으며 어쩌면 그것이 매우 보편적으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편의 얼굴입니다.

제가 아는 여교수 한분은 교수임용을 위한 면접을 할 때 면접을 하는 교수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을 받았다고 난감해 하였었습니다. 바늘구멍같은 교수직에 임용되려면 고발할 수도 없고 임용된 후에도 같이 잘 어울려야만 하니 말입니다.

정운찬씨도 당시 서울대총장으로서 그런 의심받을 어리석은 처신을 하여 신정아라는 여자에게 혹독하게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만  권력을 손에 쥔 남자란 거의 비슷한 성향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권력을 잡는다는 것은, 그것이 대통령이든 서울대총장이든 용역업체 말단 조장이든 노가다 십장이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기준'은 전혀 배제된 채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실력'이라는 것만 있으면 되니까요.

신정아씨도 우리나라의 그 생리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위조된 학벌로 학력이란 실력을 과시하고 뭇 유력한 인사들에게 웃음을 팔며 그들이 뒷배가 되게 하여 더 큰 실력을 축적하며 전진했던 것입니다.  

언젠가 황우석씨 사기사건으로 언론에 등장한 서울대의대의 여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그분을 보면서도 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의대에 여교수님이라니, 남자위주의 이 세상에 이분은 정말 실력이 보통의 경지를 넘어선 분이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실력 속엔 가족이란 뒷배가 있더군요. 그리고 알게 된 것이 교수사위가 교수되고, 교수 아들이 교수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 사회에서 여자가 살아가는 법의 첨단을 걸어간 신정아씨를 무조건 비난하는 자세는 옳지못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문적 실력은 허위학위로 채우고, 사회적 실력은 변양균같은 덜 떨어진 로맨테스트로 채우며 성공을 지향한 것...별로 도덕적이지 못한 그 여자가 찾아낸 기존의 숨막히는 '실력들'의 장벽을 뚫고 여자가 성공하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보통사람들의 세상은 이와 다를까요?

얼마 전 들은 이야기입니다.

성공한, 나이많은, 독신인, 고참 여직원이 갓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신입 여직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키는 중에 이렇게 말했답니다. "결혼은 되도록이면 늦게 해라" "항상 예쁘게 화장하고 웃어야 한다" "아부하는 일이 결코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술자리를 피하지 마라"

여자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지요.

신정아만큼은 안 되어도 새로 이 사회에 진입한 여자라면 누구나 그 '실력'들의 장벽을 뚫기 위해서 웃음으로 자기 감정을 속이고, 술따르는 술집여자의 역할을 마다 않으며, 비굴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출세한 전문직 여자들에게 독신이 많은 것은 각 개인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신정아적 성공을 향한 이유'도 한몫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

 

저는 신정아씨의 문제를 어떤 출세의 욕망에 사로잡힌 한 여자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고 똑똑하고 예쁜 독신의 여자들을 노리는 나이든 실력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도 저는

저 위에 언급한 독신 고참 여직원의 말을 뒤집으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 여직원을 뽑을 때

1.결혼한 사람을 우대하는 것입니다.

30년전 제가 들어간 회사는 기업정신을 매우 강조하였더랬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가정관리'였고 결혼하지 않은 직원에게는 진급에 불이익을 주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여직원들은 모두 결혼하면 퇴직하는 시스템이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만약 그런 가정관리에 대한 사규가 여직원에게까지 적용된다면 유능한 독신 여직원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적어도 회사내의 권력자에 의한 일방적인 성적 일탈은 대부분 자취를 감출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결혼한 여자를 우대하는 회사가 출산을 퉁제하겠으며 아이 많이 낳았다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거나 쫓아내거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자동적으로 우리나라 급격한 인구감소세는 멈출 것입니다. 그때는 저처럼 다섯쯤 낳는 것은 좀 어려울 지 모르지만 대부분 셋정도는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덤으로 젊은 이들의 방황의 기간도 매우 단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예쁘고 늘씬한 여자에게 주는 가산점을 없애는 것입니다.

고가의 화장품, 고가의 헤어디자인, 초고가의 성형수술...그리고 명품 가방, 명품 옷...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취향이 그런 방향으로 특이해서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이야 말릴 수도 없고 말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하는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어쩌면 많은 부조리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성실하고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건강한 것입니다. 성형미인들의 양산은 그저 성형외과의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지 우리 사회에 정말 아무런 유익이 없는 일입니다.  

3.업무 후에 회식이라는 미명으로 행해지는 술마시는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합니다.

어떤 여직원을 좌천시키면서 상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불편하다'고, '일도 잘하고 정직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라고...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나 말이 됩니다. 술마시며 적당히 취해 직접거리며 지분거리는 것을 대충 받아 넘기며 지내야 편한데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로 나아가 적당히 공범자가 되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 투성이입니다. 아마 신정아가 정운찬을 의심한 것도 이런 부분일 것입니다. 요즘은 여자들이 더 술을 밝힌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일 그렇다고 해도 누가 그렇게 되도록 몰고갔으며 그 결과가 정말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까?   

4.아부하는 자보다는 당당하게 말하는 자가 우대받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믿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어떤 물건에 페인트를 칠하면 그 물건이 가지는 고유한 색상은 상실되고 맙니다. 아부와 아첨은 마치 진실 위에 칠해진 페인트와 같은 것입니다. 백화점같은 곳은 만면에 미소를 띈 직원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곱게 목소리를 가다듬어 인사하곤 합니다. 왜? 바가지를 씌우려고....   

가정에 만약 아부가 있다면 그 가정이 건강하겠습니까? 그런 것은 아주 병들어 썩은 재벌가 며느리들 사이에나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직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직장이 되려면 아부와 뇌물로 뒷거래가 빈번한 인사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정당하고 타당하게 올라가야 할 사람이 올라가고 떠나야 할 사람이 떠나야 그곳에 거하는 이들이 행복할 것입니다. 뇌물이 틀림없을 선물도 금지해야 하구요.

 

이런 것을 법으로 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저는 아들이 둘이고 딸이 셋입니다.

그래서 더욱

신정아니 장자연이니 하는 우리들의 딸들이 신문과 방송을 뜨겁게 달굴때면...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다 여자에게서 났으며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으면서, 저런 일을 남의 일 같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금수나 진배없는 자세일 것입니다.

 

신정아씨의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땅의 여자들이 살아가는 법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똑똑히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병을 고쳐야 ... 그래도 미래가 더 소망적일 것입니다. 

좀 더 지나고 나면...어쩌면 우리 민족은 전쟁때문도, 경제때문도 아닌, 부도덕의 비극을 비극으로 여기지 못하는 문둥병자의 감각을 상실한 몸같이 되어 스러져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