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그는 수술할 때마다 병원으로부터 월급 외에 수술수당을 따로 받는다. 그렇게 쌓이는 돈이 월급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 '재미'로 의학 연구와 의대생 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짭짤한 '돈맛'에 수술 과잉 유혹이 생긴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수술 가욋돈'이 길게 늘어선 대기환자에게는 순기능으로 작용하지만 역기능도 분명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요즘 병원계에서는 이처럼 진료를 많이 하는 의사들에게 별도의 돈을 얹어주는 것이 관행이다. 이른바 '진료 인센티브'다. 일반 회사에서 영업 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오래된 경영기법이다. 병원도 진료 실적을 높이고, 진료 적체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왔다.
일반 상품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주도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다르다. 의사가 결정하면 환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전문가 의사'가 "당신, 수술받아야 한다"고 하면 '일반인 환자'는 그렇게 믿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다.
여기서 진료 인센티브의 덫이 생긴다. 최근 병원의 인센티브는 각종 검사나 입원 등 거의 모든 의료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학병원 의사가 환자에게 고가(高價)의 MRI 검사를 받도록 하고, 검사 건당(件當)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믿겠는가. 하지만 상당수 병원이 그렇게 한다. 입원을 많이 시키면 의사 연봉이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그 환자에게 MRI나 입원이 필요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지 알려면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MRI 검사가 필요 없다. 엑스레이만 찍어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민간병원은 관절염 환자에게 모두 MRI를 찍게 한다. 외래진료 환자당 수술환자 비율이 높은 의사에게는 인센티브를 듬뿍 주고, 환자가 수술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면 의사 월급을 깎는 병원도 있다. 이 정도면 인센티브가 '동기 부여금'이 아니라, '과잉진료 격려금'이다.
물론 모든 의사와 병원이 그 정도이진 않다. 일부 병원에 해당하지만, 그런 병원이 의료시장의 물을 흐리며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밀어내기 마련이다.
선진국 병원에도 진료 인센티브는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제어장치가 있다. 의사를 뽑을 때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과잉진료를 하면 병원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서약을 하도록 한다.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조사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나라 병원이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그런 감시체계를 운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 상당수 한국 병원은 가속기만 있고 제동기는 없는 자동차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