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달리기...7

주방보조 2021. 2. 26. 07:31

아내와 함께 1km를 뛰었습니다.

몇번 500m를 뛰어 주곤 했는데, 어제 아침에 그녀의 컨디션이 좋은 것을 빌미로

느린 구령소리에 달달한격려를 더하여 함께 달렸습니다. 그동안 뛰었던 500m 지점을 지나면서 그녀의 숨소리가 사뭇 거칠어졌지만 그것을 지나 쉬지 않고 달려 결승점에 도달하고야 말았습니다.

여고시절 800m를 뛰었던 경험을 넘어서서 

60살, 둘째 딸을 낳은 기념일 아침에 아내의 인생에 새로운 기록이 탄생한 것입니다.

천천히 뛰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재지는 않았는데, 아마 7분30초쯤 되지 않았을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힘이 하나도 안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1km 지점 돌 계단 보호 난간?에 기대에 서서 한참을 숨을 고르며 말없이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았습니다. 힘들어 조금 창백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성취에 상당히 뿌듯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당신은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칭찬해 주었습니다. 

 

요즘 저는 달리기와 관련하여 한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지난번 혈액검사 결과 이후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공복시 혈당이 120인 상태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공복 상태로 병원에서 검사를 하였는데 결과로 나온 혈당수치가 151이었습니다. 손끝에서 하는 검사와 혈관에서 피를 뽑아 하는 검사 결과가 차이가 있는 것치고는 너무 과도했습니다. 그것도 공복상태에서 혈당 약을 먹고 1시간 이상 운동을 하였으면 제 상식으로는 당연히 혈당이 120이하로 더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4회에 걸쳐 공복시 혈당과 1시간 운동후 혈당 그리고 달리기를 하지 않는 날 혈당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달리기를 한 3일은 혈당이 30-40 정도 더 올라갔고

걷기만 한 1일은 혈당이 20 정도 떨어졌습니다. 

달리기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추측건대 격렬한 운동은 아드레날린을 분비 촉진시키고 그로 인하여 혈당이 올라가는 것인듯 합니다.  

 

몸에 좋으라고 한 달리기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년 반 동안 열심히 달리면서 이 운동이 내 몸의 피 속에 있는 당을 줄여주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 주어 모든 건강 지표들을 향상 시킬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 심한 길등이 찾아왔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한만큼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랑이 있듯이

운동해선 안 되는 운동이 있다는?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달리자, 단 빨리 달리려 애 쓰지 말고 천천히 달리자. 

달리기를 시작한 아내의 속도에 맞춰 달리자.

그리고

다시 피검사를 몇 번 시험해 보고 ... 달리기와 이별을 결정하자. 

  

 

  • 들풀2021.02.26 21:14 신고

    오우 맙소사.
    1Km?
    놀랠놀 입니다.

    정말
    당신은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라고 하신 그 칭찬
    저도 드리고 싶네요.

    아 그리고 달리기와 혈당.
    참 신기한 연구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02.27 18:09

      매주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도 흔하다는데, 1km는 너무 약소한 달리기지요^^
      아내도 고질적인 허리통증이 아니면, 겁없이 도전할 수만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다닐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 들풀2021.02.27 21:34 신고


    저는 100m도 안됩니다.

    답글
  • malmiama2021.02.28 06:45 신고

    와우~♡장합니다...외람스럽지만^^
    두루 기념일 되었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03.01 10:06

      네, 둘째가 다섯중 제일 수월하게 태어났습니다. 분만실 들어간지 한시간도 안 되어 나왔으니...그 날을 기념하였으니 가능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 malmiama2021.02.28 06:51 신고

    임상실험..에휴.
    아무튼 과한 운동이 혈당에 영향을 준다면 걷기로 바꿔야겠네요.
    저는 작년에 한 번 올 해 또 다시 혈압이 높아 헌혈을 못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21.03.01 10:10

      의사에게 물어볼 일이 생긴 것인데, 정답을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운동량을 늘리라고만 했거든요.
      덕분에 생각난김에 막 혈압을 재보았습니다. 155-93...ㅠㅠ

  • 김순옥2021.03.02 09:28 신고

    대단하시다고 축하와 격려를 드립니다.
    하지만 부정적이다면 그냥 빠른 걷기로 협상하시는 게 나으실듯 해요.
    저는 달리기를 특별히 하는 건 아니지만 오고 가는 길에 많이 뛰는 편이에요.
    느긋한 성격이 아니라서 신호등을 두고도 뛰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뛰는 편이고,
    에스컬레이터를 서서 가는 법이 없기도 하고...
    63의 나이 값을 제대로 못하는 편인거죠.

    답글
    • 주방보조2021.03.02 17:05

      늙어서^^ 제가 욕심을 부린 탓으로 인함이다 생각합니다. 뛸 때마다 조금 더 빨리 뛰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한 것이 그 결과로 나타난 듯.
      오늘 두번째로 아내와 함께 1km를 달렸습니다. 7분 40초가 나오더군요. 힘이 들지 않고 그냥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직장에서 은퇴 하시면 꼭 달리기를 해 보시길...잘 하실 것 같습니다.^^

  • 왕언니2021.03.11 12:18 신고

    제가 중학교때까지 단거리 선수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지금은 매일 7k,만보에서 만이천보정도를 걷는데 ,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살은 안 빠지고 그대신 무릎 아픈것은 좀 덜합니다.

    남편은 식전100이 안되고 식후혈당도 120 정도 밖에 안되는데 매일 피를 뽑아 검사를 하면서
    제게 식단 스트레스를 줍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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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보조2021.03.12 11:55

      미소녀 스프린터셨군요. 인기가 대단하셨을 것갘습니다. ^^ ㅎㅎ 저도 고1때 투포환선수로 7대공립 육상대회 학교대표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두달간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엔 훈련만 했는데 그때 어깨를 다쳐선지 오십견을 심하게 앓은듯 합니다.

      식후 120정도라니...피검사 안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전 식후면 200이 훨씬 넘어갑니다. 약을 한주먹씩 먹는데도요.ㅠㅠ [비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