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10월의 어느날
갑자기
한강변을 걷다가 텅 빈 축구장을 보고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먼저 걸어서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한바퀴에 355보.
보폭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70센티미터로 잡고 355*0.70= 대략 250미터
첫날은 한바퀴 반을 뛰었습니다. 이 날은 시간을 재지 않았습니다. 그냥 힘이 들었습니다.
둘쨋날부터는 두바퀴를 뛰었습니다.
달리기 시작하면 후회가 맨 앞에 섭니다. 반바퀴 정도 가면 포기하려는 마음이 뒤 따르고
한바퀴를 돌면 설득이 시작됩니다.
'한 바퀴면 충분하지 않니? 오두발(오른쪽 두번째 발가락)에 무리가 가잖아?'
우격다짐으로 그 설득을 극복하고 두 바퀴를 다 돌면 눈 앞이 캄캄하고 숨이 멎을 듯 하고 머리가 빙빙돕니다. 그리고 만족감이 밀려옵니다.
'운동장 두바퀴를 쉬지 않고 달렸도다. 장하도다.'
예전에 총각시절 잠실 1단지에 살 때 마음이 슬프고 갑갑하면 한강에 나가 강변 운동장 트랙을 달렸었는데
그것이 35년전이니 한강 운동장을 달려내는 일의 복원은 실상 저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르네상스?라 할만한 일인 셈입니다.
물론 아이들(나실과 충신)과 한강다리(잠실철교)에서 달리기시합도 한 번 했고, 원경이 알오티씨 체력검사 도와주며 조금 같이 뛴 일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10월 말 어느날 슬쩍 두바퀴 반으로 거리를 늘리고 그때부터 시간을 재었습니다.
4분30초에서 시작하여 10월 31일 3분 55초.
11월이 시작되는 날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며 4바퀴에 도전 하였고 매 바퀴마다 이젠 그만두라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악마의 속삭임을 모두 물리치고 쉬지 않고 달려 마침내 완주에 성공하였습니다.
천미터... 6분 40초. 고교시절 체력장할 때 4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이제는 2분 40초나 초과되고도 힘겨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그러니까 제가 4바퀴 달리기에 성공한 두번째날
아들들 빼고 우리 가족 모두 아차산 둘레길에 함께 갔을 때 원경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지난 번 말씀드린 올해 마지막 마라톤에 정말 같이 가실거죠?
당연하지.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10킬로가 제일 짧은 코스예요. 괜찮겠어요?
괜찮다. 걷다 뛰다 하면 되겠지.
그럼 등록할께요.
그래, 고맙다.
육군소위 딸 덕분에 12월 7일엔 난생 처음 마라톤 대회라는 것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는 힘듭니다.
하루 2만보를 넘게 걷지만 힘들다는 느낌이 없는데
겨우 운동장 4바퀴 천미터를 달리면 세상이 빙빙돌고 심장이 폐가 터질 것같습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목표한 거리를 온전히 달리고 나면 2만보를 걷고 난 뒤에 다 걸었군 하는 느낌과는 전혀 비교불가인 쾌감이 있습니다.
...
저는
지금 머릿속으로 10킬로 완주를 1시간 30분 안에 달성할 수 있을지 계산이 복잡합니다.
천미터에 6분40초면 같은 속도로 달릴 경우 60분400초이니 66분40초,
2천미터마다 5분씩 걸어간다면 +20분에, 걷는 거리4)5=20분에 2천보*0.7=1.4킬로이니 -10분=> 76분40초=1시간 16분 40초.
...
"예수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써 있네"
한바퀴를 돌고 숨이 막혀 오기 시작할 때부터 호흡을 정돈하기 위해 들숨 날숨하며 속으로 부르는 찬송입니다.
이 찬송은 저의 느린 뜀박질에 박자가 딱 맞을 뿐 아니라
그만두라는 악마의 설득을 강력하게 막아주는 힘이 있습니다. 3절 "내가 연약할수록 더욱 귀히 여기사"는 정말 늙고 병들어 달리는 제겐 생수와 같이 흡수됩니다.
달리기는 실제로 해보니, 생각한 것보다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는 운동입니다.
늙고 병들고 외로운 이들에게
특히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