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편지...원경에게

주방보조 2018. 8. 13. 01:44

원경아

우리가 사실은 두 번째 편지에는

원경아 사랑해라는 말로 글짓기를 하자고 했었단다.

난 이렇게 지었지...^^

 

: 원경이는 지금 까맣지요?

: 경이는 어려서도 새까맸습니다.

: 아침에 그 까만 얼굴에 영리하게 빛나는 예쁜 눈을 반짝 떴을 때

: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딜 보석중 보석이었지요.

: 랑바레네(아프리카 가봉지역) 사람이기 때문에 까만 것은 절대 아닙니다.

: 해를 너무 많이 쪼여서 겉이 까만 것도 아닙니다. 속이 하얘서 까만 것입니다.

 

잘 지낼 줄 믿는다.

그러지 않겠지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거라. 나는 네가 중간만 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한때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착각 속에 허송한 세월이 가장 아깝다. 여전히 그 잔재가 조금 남아 있어 부대낄 때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를 속으로 주문처럼 되낸다. 너는 그러지 마라. 못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증간 가는 삶도 있어야 한다. 그걸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것이다. 다만 발전할 의지를 포기하진 말아야겠지.

 

아버지는 너희 다섯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살았다. 이 세상 어떤 아버지가 자전거 다섯 대를 이끌고 의정부로 용인으로 난지도로 그리고 춘천으로 양평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겠느냐. 너희들이 다 자라서 이젠 그 행복은 접은 지 오래되었지만 말이다. 혹 너희중 누가 갑자기 추억이 돋아 아버지와 함께 라이딩을 가자해도 나는 겨우 살곳이다리를 넘어서기 어려운 체력이 되어버렸다. 자전거 이야기가 나오니 너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던 그 칙칙한 날 한강공원이 생각난다. 너는 울고...나는 소리지르고...아마 그랬었던 거 같다. 죠다쉬자전거. 그래도 거기서 그렇게 강 트레이닝을 한 덕에 난지도 12일도 따라 붙을 수 있었던 것이었겠지? 며칠전부터 교신이 블랙켓을 새집 앞에 가져다 놓았다. 바람이 빠져서 네 자전거와 나실이 자전거와 함께 바람을 넣어두려고 말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혼자서도 바람을 넣을 수 있었는데 왼쪽어깨오십견 때문에 도저히 불가능하더구나. 도움을 구해야 하는데 매번 잊는다. 그러면서 신경을 쓰고 보니 너희 두 자전거는 이제 폐기해야 하는가 다시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래 방치되어 녹슬고 브레이크나 기어도 제 역할을 할 것 같지 않고, 거기 머물러 버린 나의 퇴색한 행복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일단 네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에 바람을 넣어 놓고 먼지를 닦아내고 기름을 쳐 놓을 작정이다. 다시 타던 버리던 그것은 너의 마음이고 나는 내 행복했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보려고 그러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대학도 마지막 학기가 되겠구나.

시작이 반이라면 마무리는 전부다.^^ 마지막 알오티씨 하계훈련도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 새학기도 잘 마무리할 각오를 다지시라. 건강도 항상 잘 관리하시고...

언제나 너를 위해 기도한다. 너도 진심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는 딸이 되길 바란다.

2018.8.13. 새벽 아버지가...

ps. 세례를 받는다니 축하할 일이지만 만약 집례 하는 목사들이 김선도 김홍도 김국도 김삼환따위라면 또는 그 아들들(정석,정민,정국,하나)이라면 차라리 세례받지 말기를 바란다. 그들은 이나라 기독교를 욕먹인 세습목사들이다. 확인해보고 참여를 결정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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