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경험...3
며칠전
아내와 자양골목시장을 정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오이 열개, 부추 한단, 애호박 5개, 풋고추 한봉지, 가지 열개, 참외 12개...를 샀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마전부터 먹고 싶었던 오이소배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피곤하시다고 안방에 들어가 누우셨고
아이들은 모두 각자 볼 일로 나가서 없는데
저 홀로
오이를 자르고 십자로 가르고 끓는 물을 붓고 30분쯤 있다 찬물로 행구고 부추를 잘게 썰고 새우젓, 멸치액젓, 고추가루, 생강, 마늘, 양파, 풋고추 버무려 만든 소를 오이속에 쑤셔 넣어 뚝딱 ... 맛은 별로인^^ 오이소배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제 엄지 손가락엔 가는 칼자국으로 피가 조금 비쳐 쓰라렸습니다.
저는 도마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불량주부답게 가위를 주로 사용하고 작은 과도를 즐겨 씁니다.
이번 오이소배기를 만들 때도 부추를 자르는 것은 가위, 오이를 자르는 것은 과도였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오이를 자르는데 잘 잘라지지를 않는 겁니다.
과도가 잘 안들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는 힘을 평소의 세배쯤 가하면서도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오른손엄지에 이상이 스윽 느껴지고야
제가 칼등과 칼날을 뒤집어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생각도 없이
그냥 칼날을 바꿔 제대로 잡은 뒤
아까 주었던 힘 그대로 3배의 힘으로 휙 오이를 잘랐습니다.
그리고 오이를 잡고잇던 왼손 엄지손가락도 휙 상처를 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오이소배기가 별 맛이 없는데
마늘님은 맛이 있답니다.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저하...의 결과물인 제 엄지손가락들의 핏방물이 한두방울 스며들었기 때문일까요?^^

(화분고추 2차수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