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7개월...
진실이가 태어나기 한달 전에 메국으로 떠났던 조카가
이번에 돌아왔습니다. 26년 7개월만입니다.
함께 짬뽕도 먹고, 예배도 드리고, 엇그제는 매형 계신 납골당에도 다녀왔습니다.
조카가 운전하고 저는 원경이와 함께 정말 오랜만의 승용차여행을 즐겼습니다.
우리집 엑센트를 폐차처리한 후 버스나 기차만 타고 다니다가, 그것조차도 올해는 전무하였는데
경산까지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7시에 출발하여 저녁 8시에 도착...
623호?
아마 납골당 작은 납골함을 넣은 방번호였던것 같습니다.
맨 안쪽 아래 그늘진 곳에 있다가 새로 좋은 곳으로 옮겼다는데, 눈높이에 가까운 세개층이 명당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여직원의 말이 참 가소로웠습니다.
파란만장한 70여년 인생을 살았는데
이제 죽어 달랑 한줌 재로 남았다고...눈높이의 그 작은 가로세로 40센티정도 되는 공간에 명당운운하는 말을 붙여대다니 말입니다.
여하튼
새로 명당으로 옮겼다는 방을 거의 1시간 가까이 나와 원경이 조카부부 그리고 여직원 다섯이서 찾고 또 찾다가 못찾아서 이리 저리 연락하는 중, 결국 공원 사장쯤 되는 이가 와서야 방이 바뀌고 명패가 새로 만든 방에 맞지 않아서 새로 명패를 만들 때까지 안치만 해 두었다며, 그 623호?의 방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아들이 26년7개월만에 아버지를 만나려 왔는데...큰 낭패를 면하였다는 안도감이 허술한 관리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을 눌렀습니다.
그 안에는 원통형 비취빛 유골함이 있고, 젊을 때 활짝 웃고 있는 작고 퇴색한 낡은 사진 한장, 그리고 막내딸 가족 사진이 전부였습니다.
조카는 메국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신분증을 그곳에 넣었습니다.
짧게 기도하고...나와 원경이는 밖으로 나왔고, 부부 둘이 잠시 그 앞에 있더니, 조카며느리가 혼자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아버지에게 하고픈 말이 많았겠지요. 조카는 한참 혼자 있더니...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가고 오며
옆자리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메국에서 두 여동생을 어떻게 보호하려 애쓰고, 나중에 온 엄마를 어떻게 도우려 몸부림쳤는지
그것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회를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지금도 풀어지지 않는 문제로 얼마나 버거운지...
저야...그저 교과서적인 대답만 해 줄 뿐이었습니다.
...
어릴적에 삼촌은 무서웠어요.
세월이 어마어마하게 흐른, 같이 늙어가는 이 시점에서...이 말은 나를 상당히 당황케 한 한마디였습니다.
이 인자하고 자애로은 삼촌을 무서워 했다니...그럴리가 없다...며 놀라는 나에게, 그래도 좋았어요...라고 후렴을 덧 붙이기는 하였지만...말입니다.
아 그냥 무섭기만 하게 아니구요, 무섭지만 좋은? 그러니까 좋으면서 무서운? 그래요 삼촌 말대로 존경했다고 하지요. 핫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