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들은 이야기...학생회장 선거...

주방보조 2016. 6. 12. 19:07

선거당일(6.10.)

투표직전 점심시간에

상대편 회장단과 선거인단이 매점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춤을 보여주고 있었답니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으며

교신이도 역시 구경하고 있었는데

부회장 후보 3명이 근심어린 눈초리로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나'하며  동동거리고 있었답니다.

뭘 하긴 뭘해, 구경이나 하자...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창문으로 춤을 구경 중이던 1학년 어떤 아이가

소리를 질렀답니다.

교신이 형 랩 한번 해요!!!

그러자

맞은편 고3교실 쪽의 춤 구경하던 여학생 선배들이 김교신! 김교신! 랩해라!랩해라! 소리쳤고

상대팀을 둘러싸고 있던 100여명의 무리들과 주변의 학생들이 더 모여 150명이 넘어보이는 무리들이 순식간에 교신이를 둘러 쌌답니다.

 

보통은 대중 앞에서 긴장을 안 하는 편인데...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지니 무릎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고요.

그러나 굳세게 서서

한바탕 소리질러 랩 한가락을 뽑아 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실이는 무슨~ 소설 같아요. 걔가 소설 쓴다고 하더니 일상이 소설이 되나봐요...하고 디스를 걸긴 했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교신이는 아이들을 너댓번 웃겨주는 제스처를 곁들인...

상대 후보는 꼼꼼히 정리한 장문의...

그런 

마지막 연설이 끝나고

투표가 시작되었으며 각 후보 진영은 강당에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예상치 않게 1학년들은 상대후보를 더 많이 선택했고

몇몇 반에서 그 소식을 전달 받은 1학년 부회장 후보는 흐느끼기 시작했답니다. 자기때문에 지는 것 아니냐고...

계속 1학년 각 반의 소식들이 비관적으로 이어지자 나머지 두 부회장 후보들도 같이 울기 시작했는데

교신이는 그들에게 울지말라고 져도 괜찮다고 달랬답니다.

 

상대 후보팀의 득의 만만한 미소 가운데...

 

모든 집계가 끝나고

2,3학년의 결과가 포함된 최종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대 역전극이...!

580:480...!

흐느껴 울던 부회장 후보들이 승리가 발표되는 그 순간 오히려 더 크게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답니다.

아 이겼는데 왜 우냐고...

 

교신이는 승리의 순간을 부회장들을 달래는데 다 써버려야 했답니다...^^

 

 

 

...

 

교신이는

그렇게

32대? 자양고등학교 학생회장이 되었습니다.

 

아버지

돈 10만원만 주십시오.

그동안 수고한 아이들 통닭이라도 사야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그럼 자전거를 팔아라.

...네...

 

교신이는 자전거를 팔아 ... 회장이 되었습니다. 하얀색 불랙캣...

 

아니

회장이 되어 자전거를 팔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을 쓰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도 정치의 요체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

 

아버지는 막내 아들이 남은 고등학교 1년반 동안 공부나 열심히 해 주면 소원이 없겠는데

이 막내놈은 어제도 오늘도

동창회 선배들 만나고 올해부터 함께 할 학생회 임원들을 뽑는 일에 몰두하고...그러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

교신이 공부할  수 있게 학생회장 떨어뜨려 주세요.... 이렇게까지 기도하지 못한, 마음 약한 아비의 탓이라

자책이나 해야 할 것같습니다. 

 

 

 

 

  • 들풀2016.06.12 22:18 신고

    하하
    교신이가 해 내었네요
    저도 축하금이라도 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6.06.13 00:32

      기도해주시면 됩니다. 공부도 잘하도록...
      그보다 더 귀한 축하금이 없을 것입니다.^^

  • malmiama2016.06.13 06:23 신고

    상남자..교신이^^

    답글
    • 주방보조2016.06.13 07:59

      제 눈엔 여전히 중2병을 다 못벗어난 까칠한 놈입니다.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할텐데...말입니다.

  • 한재웅2016.06.15 17:55 신고

    정치적 성향이 있습니다.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도 있고-

    답글
    • 주방보조2016.06.16 06:45

      그래서 제가 작가보다는 정치나 경영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초중고 모두 학생회장을 하게 되었으니 대학에 가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고...지방의회 의원이나 하라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