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요즘 고등학교 민주주의 수준...

주방보조 2016. 6. 5. 00:38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습니다.

물은 위로부터 아래로 흘러내리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 역행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해일이 밀려 닥쳤을 때,  쓰나미가 산야를 뒤 엎어버렸을 때입니다.

이때는 아랫물이 윗물을 어느정도 잠식해버리는 순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혁명의 순간이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지요.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을 확률이 높습니다. 중간중간에 하도 더럽게 하는 상황들이 많은지라 확률이라 했습니다.

윗물은 맑은데 중간 지류들이 더러워 아랫물이 더러운 경우도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물며 윗믈이 더러우면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왜 이리 뻔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느냐구요?

하기 께름직한 이야기라 그러합니다.

 

막내가 계획대로 고등학교 학생회장에 출마를 했습니다.

초 중학교 때 써 봤던 감투들이니 이번에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요즘은 연설문 작성한다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여 다른 공부는 전혀 손도 대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공부엔 흥미 없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고2에서 회장 1 부회장 1 고1중에 부회장 남녀 2 총 4명이 한 팀이 되어 사진도 찍고 포스터도 만들고 30여명의 선거인단이 있어 피켓도 들어 주고 일부 흑색선전도 불사하면서 선거전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두 팀이 나왔는데 막네네 팀과 어떤 여학생이 회장후보로 나온 팀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사진찍는데 돈, 포스터 만드는 데 돈...하길래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네가 28만원 주고 산 자전거를 내게 14만원에 팔아라 몇년 된 자전거를 반값에 사주면 후히 쳐주는 것이니 그것으로 선거비용을 감당하고

우리에게 손 벌리지 말라...고개를 숙이고 10초쯤 생각하더니 거절하였습니다. 빚은 갚겠다, 그러나 자전거를 팔지는 않겠다...는 것이지요.

6.10일이 선거일이니 아직 돈이 궁하지 않거나, 함께 하는 팀원들 용돈이 빵빵하거나 해서겠다 싶긴 합니다만...갑자기 든 생각이 있어서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조건만 된다면 기본적인 선거비용은 국가에서 대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에서 지원은 없느냐?

전혀요.

너 이번 공약에 학생회장 선거 비용 보전에 대한 규칙을 공약으로 내보는 것이 어떠냐?

그게 가능하겠어요? 안 될 것입니다.

왜?

우리가 체육복 입고 등교하는 것을 공약에 넣었는데 선거담당?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그것 빼지 않으면 날려버리겠다고 하실 정도인대요.

그래, 원경이도 체욱복 갈아입을 때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것 싫다고 좋은 공약이라 했잖아?

네, 우리도 설명을 드렸죠. 체육 수업 있는 날은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교복입고 등교하도록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다른 학교도 많이 그렇게 하거든요. 그렇다고 말씀 드렸는데 막무가내세요. 우리학교는 안 좋은 학교니 평판때문에 안 된대요. 5만원 들인 포스터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그것 참 고지식힌 분이로구나.

그뿐 아니예요.

또 뭐가 있는데?

연설문을 사전에 검열받아야 한대요.

으응?

수요일까지 연설문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연설할 때는 꼭 그대로 해야된대요.

ㅎㅎㅎ 요즘에도 그런 일도 있구나?

중학교 때는 물론 초등학교 때도 안 한 일인데, 고등학교 와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음...혹시 너 개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고 그러시는 것은 아닐까? 네가 중3 학생회장 때 좀 반항적이었잖아?

글쎄요. 여하튼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럼 담임 선생님에게라도 상의 해봐.

담임께도 말씀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일테니 이해하라는 말씀 뿐이었어요.

 

그리하여

구두쇠 아버지가 혹시나 아들 선거비용 안 들이고 학생회장 선거하게 할 요량으로, 공약으로 걸어보라던 선거비용보전에 대한 규칙은 휘발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처럼 민주주의가 더 이상 사회적 아젠다도 되지 않을만큼 우리나라가 민주화 된 사회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이번 일로 유신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고 말았습니다.

체육복 등교는 벌점 관리의 어려움이 있어 그렇다손 치더라도

회장선거 연설문 사전검열이라니요.

 

야, 그만 둬라, 그런 거지 같은 짓을 당하고 회장이 되면 뭘하느냐, 당당하게 싸우다 후보자격 안된다고 짜르면 그냥 짤려라.

속으로는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이 바짝 마른 가엾은 아들을 향해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혹여나 선거 끝나고 회장이 되고 나면 ... 따져 보도록 해라. 그리고 웬만하면 잊어버리고...

 

생활기록부에 좋지않는 이야기라도 담겨...좋지 않은 성적과 함께 ... 대학진학에 불이익이 조금이나마 있을까 하여 말입니다.

 

...

 

말죽거리 잔혹사...

옥상 전투가 끝나고...

권상우가 복도에서 유리창을 깨 버리며 선생들을 향하여 소리질렀던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 !!! ...

 

그게 1978년이 배경이었는데

40년이 흘러도... 엿이나 먹였으면 좋겠다...그런 생각이 아니 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막내의 고등학교 1년반만 지나면

다섯이이의 20년간의 엿같은 대한민국 학교...끝나는 군요.  학원과외없이 학교보내기도 끝나고...

 

대학이요? 대학이야 지들이 알아서 할 일이구요. 성인이니까...

 

...

 

허두의 윗물 타령은 왜 했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자리잡은 권위주의 불통 일방통행...이것이 윗물 아닌가 해서요.

아랫물 곳곳에

이젠 고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미치고 있는 영향이 막대하다 싶네요.

누구 이야기인지는 알아서 생각하시구요.

  

 

 

 

  • 한재웅2016.06.05 07:21 신고

    귄위주의적인 사회풍토는 100년이 가도 안고쳐질 것 같군요.
    그 갑질이란것!

    답글
    • 주방보조2016.06.05 22:37

      합리적인 토론이라는 것이 안 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밟아서 끽소리 없으면 통과, 반발하면 모가지 자르고...법이나 여론 등지면 그제서야 꼬리를 내리는 못된 관습이 뿌리 깊습니다. 그렇게 사는 분들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긴 하겠지만요.

  • 들풀2016.06.05 10:01 신고

    교신이가 점점 더 이 불합리한
    구조적모순을 알아가겠군요
    우리들이 그랬던것처럼.....

    아무튼 화이팅입니다
    그 다음 소식도 들려주세요

    답글
    • 주방보조2016.06.05 22:43

      초6학년때 1학기에 학생회장직을 다 하고 2학기 학생회장 나온 친구를 도왔습니다. 다른 후보의 엄마들이 난리가 났지요. 아이를 불러다가 보호자도 없고 선생마저 그 학부모편이 되어 아이를 부정선거를 획책했다고 몰아세웠더랬습니다. 인터넷사이트 개인정보 다 내놓으라고 하고...제가 나중에 알고 기가막혀 하였는데...이때 상당히 크게 마음에 상처를 입었더랬습니다. 저와도 거의 2년간 말을 안하고 지냈었습니다. 순수를 잃은 어른들의 비열한 모습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과는 하나님이^^...정하시는 것이니 ...

  • 김순옥2016.06.07 08:20 신고

    교신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네요.
    수험생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하직도 부조리가 가장 크게 자리하는 곳이 고등학교였던 것 같아요.
    교신이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06.07 14:38

      네, 감사합니다.
      생기부, 추천서, 내신, 벌점...범생이들이야 잘 피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교신이에게는 모두 함정들입니다.
      연설할 때... 작은 반항을 꿈꾸고 있는 듯 보여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