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교회에 대하여

잡복음신앙(지성수, 당당)

주방보조 2016. 4. 26. 19:33

잡복음 신앙

Date: 2016.04.26, 10:44:29

당당뉴스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일확천금을 노리고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무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자기 힘으로가 아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누군가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신앙이라고 큰 힘을 발휘하는 곳이 한국이다.

IMF가 터진지 얼마 되지 않은 후에 미국에 갔을 때 전혀 의외의 모습의 동창을 만났다. 왜냐하면 제법 큰 규모의 자동차 부속을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던 동창생이 미국에 와서 온 가족이 노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만났을 때 그는 너무 지쳐서 삶을 포기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내가 위로의 뜻으로 ‘IMF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까 친구는 “아니야! 내 경우는 IMF가 아니고 교회 때문이야.”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는 순복음 교회 열성파여서 한참 잘 나갈 때 조용기 목사가 직접 심방을 오면 1 천만 원 씩 헌금을 할 정도이었고 교회 내의 사업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기독실업인회 부회장까지 했다는 것이다. IMF 이전에 경영판단을 해 보니 아무래도 불안정한 부분이 있어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해야 할 것 같아서 고심하고 있던 중에 하루는 부목사가 심방을 왔단다. 그래서 사업의 애로 사항을 이야기 했더니 “아닙니다. 집사님은 절대로 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며 아래 배에 힘을 주고 기도를 해주는 바람에 “좋다. 한 번 해보자.”고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끌어 모아 투자해서 일을 벌였다가 IMF를 맞아 모든 것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말이 ‘순복음 교회가 화끈하게 망하는데 도움을 주었지 허허허!’하면서 자조적 웃음을 날리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더욱이 비양심적인 신앙을 가졌던 친구에게 더 나쁜 일은 여차하면 미국으로 튀기 위해서 미리 100만 불을 빼돌려서 동생에게 맡겨 놓았는데 미국에 오자마자 공교롭게 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고 장례식을 치르고 보니 제수가 100만 불과 함께 조용히 사라진 것이었다.

잡복음 신앙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앙 중에 가장 천박한 신앙이다. 이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심지어 하나님을 협박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자기가 무리하게 교회를 크게 지어 놓고 혹은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놓고 자기가 잘못되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이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울부짖으며 떼를 쓰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깡패도 하도 못해 계약서나 차용증이라도 내놓고 협박을 하는 법이지 이런 짓은 안 한다. 물론 잡복음 신앙이 아무런 소망도 가질 수없는 처지에서 근거 없는 소망이라도 가지고 밝게 살아가는 자세를 심어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잡복음은 모든 일 속에서 좋은 점을 찾고, 감사할 부분에 집중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자는 거다. 좋은 말이다. 부정적인 것 보다는 백 번 낫다. 그러나 성찰과 통찰 없이 무조건적인 긍정과 빛만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을 때 병신 만들 수도 있다.

자기성찰이란 외부의 지침이나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등불 삼아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나가는 것을 말한다. 즉 ”나는 비록 ~하지만,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깊이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눈을 감은 채로 오직 밝은 곳, 선하고 아름다운 곳, 높고 숭고한 곳만을 향해 올라가려 발버둥치는 것으로는 결코 그러한 곳에 도달할 수 없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먼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칼 융은 “인간은 빛을 추구함으로써가 아니라, 어둠을 의식화함으로써 성숙한다.”고 했단다.

“헤지펀드병’이라는 것이 있다 한다.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세계 경제를 판돈으로 건 무모한 파생증권 거래에 도취해 있을 때 금융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스티븐 아이스만이라는 금융 분석가가 진단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란 다름 아닌 과대망상, 나르시시즘의 경제적 증상이다.

혹 잡복음식의 적극적 믿음을 실천하여 어떤 개인이 부자가 될 수 있다. 안 되도 신의 뜻이라니 억울해 할 일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에 한해서 이다. 그런 적극적 믿음은 나라와 세계를 확실히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극적 믿음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우습게 알고, 현실 인식을 멋대로 조작하며, 사회 전체를 볼 줄 모르기 때문이다.  눈이 밝은 빛만 보는 것도 일종의 시각장애이다. 게다가 적극적 믿음을 가진 이들은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 부지런함이 세계의 자멸을 재촉할 수 있다.

자기 삶의 문제를 온전히 직면해서 맞서 싸우는 모습이 신을 향하여 복을 달라고 목청껏 소리 지르는 신앙 보다 훨씬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