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보조 2016. 4. 2. 06:36

요즘은 아이들과 한강에 자주 나가는 편입니다.

2주일동안 네번이나 나갔으니, 일년에 두어번 함께 하던 요 몇년에 비추어 보면 획기적인 일인 것이지요.

봄 꽃 구경도 한 몫을 하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째딸이 ROTC를 지원한 것 때문입니다.

녀석이 다니는 대학교에서 올해 갑자기 여대로서는 세번째로 ROTC를 뽑는다고 결정이 되었는데

착하고 용감한 우리 원경이

작은 키 실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3,4학년 장학금에 기숙사생활, 그리고 군 생활중 3800만원 저축할 수 있다는...학교측의 달콤한 유혹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ROTC가 되려면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나는 필기시험이고 

다른 하나는 체력시험입니다.

필기시험이야 책 들고 공부하면 될 일이지만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그리고 1200미터 달리기라는 체력시험은 도무지 운동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지내온 이 딸에게 어마어마한 산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별 수 없이 운동을 시작하였고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며칠  뛰다가,  결국 한강 운동장, 운동기구 등으로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나실이도 돕겠다 하고

충신이도 함께 뛰어 주겠다 하여

정말 오랜만에

저와 함께

아이들이 한강을 오고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버지: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지. 되도 괜찮고 안 되면 더 괜찮고...그렇다.

어머니: 여자가 무슨 군인이냐, 안 했으면 좋겠다.

진실이: 뜬금 없지만, 하면 좋을 수도...

나실이: 아~ 내가 하고 싶었는데, 부럽다.

충신이: 절대 하지마라. 군대에서 제일 욕먹는게 여군이다.

교신이: 사서 고생을 하시려는구만...

 

처음 반응들은 대략 위와 같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이미 신청을 하고 시험준비에 들어갔으므로

모두 한 마음으로 잘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물론 각자 잘 되는 것에 대한 그림이 서로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요. ^^

 

팔굽혀펴기는 거의 못하고

윗몸일으키기와 1200미터 달리기는 겨우 최하점을 면하는 정도입니다.

경쟁율이 2:1밖에 안 되고, 실기보다 필기시험이 변별력을 더 많이 갖는다니 거기 희망을 걸고 있는 것같습니다.

 

오늘 오후에 첫 관문인 필기시험입니다.

 

전 소심한 아버지답게...그냥 아슬아슬합니다. 혹시 붙으면 어떻게 하나, 아니 혹 떨어지면 어쩌나...

 

하면 당당하게 잘 할 것이라 믿지만 말입니다.

 

...

 

 

 

 

 

 

 

 

 

                                         

 

(사진은 진실 나오는 것 빼고... 모두 나실 작^^)

 

 

 

  • 들풀2016.04.02 07:45 신고

    원경이 화이팅입니다.
    벚 꽃 피어있는 한강에서의 체력단련
    참 멋진 그림이네요
    가족들을 한꺼번에 한강으로
    불러 모은 원경이의 꿈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녜 안되면 안된대로도 좋겠습니다 ^^
    이미 그 과정은 충분히 멋지니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6.04.03 00:47

      고맙습니다.
      오늘 필기시험은 무난하게 쳤다더군요.
      앞으로 힘들다고 얼마나 눈물을 흘릴지...걱정입니다.
      전...걱정대마왕아버지입니다. ㅎㅎㅎ

  • 한재웅2016.04.03 06:36 신고

    체력측정이 언제인지 몰라도 운동능력은 근육을 사용하면 근방 느니까 걱정하지 말고 꾸준히 시키세요.
    김씨가문에 여군장교를 볼수 있겠군요.
    기대해 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04.03 20:01

      체력시험은 5월 말쯤 있다더군요.
      기본적으로 성실한 아이라서 노력하면 중간은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 잘 통과하여 여자장교가 되면
      여전히 군대란 마초적 사회인데...미움만 듬뿍 받지 않을까 (양성평등에 대하여 매우 강경한 편이라서^^) 걱정입니다.

  • 김순옥2016.04.06 08:34 신고

    원경이 화이팅입니다.
    요즘 무슨 일로인지 좀 정신이 없어서 글도 놓치고 있네요.
    집근처에 있는데도 작정하지 않으니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단발머리에 갈수록 예뻐지는 원경이가 그리고 한없이 착한 원경이가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거친 환경에서 잘 버틸지...조금은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모든 거 본인의 의지라고 생각해요.
    원경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6.04.07 02:41

      언제나 원경이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원경이는 대학 들어가고나서부터...범생이라기보다는 여전사가 되고 싶어하는 듯 보입니다.
      동아리 회장도 되고,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고, 알오티시까지...
      아마 남녀차별이 눈에 띤다면...싸움을 마다 않을 것입니다. 만약 참아낸다면 지혜로워지는 것이고, 참지 못한다면 역사에 족적을 남길지도...ㅎㅎ

  • 이요조2016.05.05 20:56 신고

    장한 딸을 두셨군요~~
    역시나 그 아버지에 그 따님!

    답글
    • 주방보조2016.05.05 23:03

      요즘 회의가 살짝 오는 중이랍니다. 전...기왕이면 전공살려서 심리전의 대가가 되어라...고 격려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