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의 휴가일지...
지난주 목요일에 부대에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 내일 일찍 가게 될 것입니다. 아침 먹을 돈이 없거든요. 보통은 부대에서 나와 홍천터미널에서 아침으로 순대국 먹고 버스를 타곤 했는데 지금 딱 7천원뿐이예요"
지난 설날에 커다란 병에 든 홍삼차?를 선물로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휴가 바로 전에 동기 하나가 전역을 하여 하룻밤 단체 외박을 하는 바람에 남은 월급을 탈탈 털렸다고 했습니다.
금요일 아침 일찍 집에 왔습니다.
아들 사랑 대표 마눌님이 비밀히 몇 만원을 휴가 중 쓰라고 주었습니다.
저는 이 아들과 휴가때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이번엔 특별히 몇 년 전 했던 '걸어서 집에서 청계천까지'...를 제안 했었고, 나실이까지 덤으로 끼어 셋이서 점심 먹고 곧바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12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 정각에 을지로 입구에 도착하여 원경이를 기다렸습니다.
명동에 들어가 냉면을 곱배기로 사주었고, 길거리에서 호떡에 케밥까지 먹었습니다. (호떡은 원경이가 샀고, 케밥은 충신이가 샀는데...충신이 지불한 돈은 제가 돌려주었습니다. 그 돈이 어디서 난 돈인 줄 아는고로...)
나실이와 원경이는 남아서 쇼핑하겠다고 하고, 저와 충신이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충신이는 건대입구역에서 이미 제대한 고등학교 친구들을 3pop라는 게임방에서 만난다고 저와 헤어졌습니다.
토요일 새벽 4시 30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이 동네에서 이사를 하였기 때문에(천정부지 전셋값에 밀린듯) 전철 첫차를 탈 때까지 함께 있어 주어야 했다며...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 내내 게임과 채팅으로 시간을 보내더니. 저녁이 되자 기독공보에서 일하는 선배누나를 만난다고 나갔다가
12시 다 되어 돌아왔습니다.
일요일엔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고
오후 4시쯤 홍대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고 하며 돈이 5천원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녁값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마침 하지 못한 세배를 하라고 하여 세뱃돈으로 1만원을 쥐어 주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들어왔습니다.
돈이 없어서 곱창전골 먹고 밤새 게임만 하다 왔다고 했습니다.
1시쯤 깨워 점심을 먹였습니다.
이번엔 자대련에 있었던 선배들을 만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녁값으로 만원을 쥐어 주었습니다.
대뜸 하는 말이 이와 같았습니다.
"아버지, 내일이면 월급이 들어옵니다. 5만원을 돌려드리겠습니다."
ㅎㅎㅎ
됐다...라고 말하고 앞으론 휴가때를 위해 아껴 쓰라고 하였습니다.
...
아직 두번의 포상휴가가 남아있답니다.
5월과 7월에 각각 나누어 나올 생각이라는군요.
보면 반갑고 건강하게 버텨주어 고맙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너무 비 생산적이고 탈 가정적이어서 ...
들을 귀가 없는 것 잘 알지만,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족에게 할애하는 것에 대하여 고려해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
치과에 신경치료 갔다 오니 없네요^^
내일 새벽에 들어 오겠지요. 이번에 만나는 선배들은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니 혹 술이 취해 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누구를 만날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같았습니다. 물망초재단에 있는 선배인지...
모레 휴가가 끝이납니다.
그리고 딱 5개월이 남았습니다.
무사히 제대하고, 무사히 공부 마치고, 무시히 취직하고, 결혼 잘 하기를...생각하니...산넘어 산이올습니다. 녀석의 이 젊은 인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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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바쁜것은 나쁘지 않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답글
휴가 나와서 집에만 있다면 그것이 더 슬픈 일이겠지요.
다양한 친구들을 갖고 있다는 것도 재산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단지 부모님 기준으로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거죠?ㅎㅎ
저는 요즘 한빛이에게서 위로를 받습니다.
입대전에 아기였을때 2년 효도한 것으로 20년을 지켜봐줬다고 했더니
군대생활 21개월로 다시 20년을 봐달라고 했던 말이 맞더군요.
군대 보내 놓고 모범적인 군대 생활을 보는 것으로 고맙고 소통이 되고
밴드에 올라오는 잘생긴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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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에서 청계천까지 라는 프로그램에는
답글
적극 동참해 주었네요....기특하게.
저는 딸뿐이지만
그들도 나이가 드니 이제 친구만나는
시간도 점점 줄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