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보조 2015. 2. 14. 02:17

목요일 아침

원경이는 학교에 가서 버스에 몸을 싣고 원주 어딘가에 있는 OT장소에 도착했습니다.

n수생이 상당수 있어서인지

학번순이 아니라 나이순으로 호칭을 정했다 합니다.

이른96 재수생인 원경이는 당연히 언니...소리를 듣는 계급이 되었고

같은 이른96인데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현역? 하나가 '저도 언니라고 해야 되나요?' 묻길래

쿨하게...당연히 우린 서로 말을 놓아야지라고...했답니다.

개나 인간이나 만나서 맨처음 하는 일이 서열 정하기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지구촌의 한 가족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유쾌했고

원경이는 거기서 자신이 참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재발견하였다 하였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식사가 제법 잘 나왔음에도 식욕도 부진하고 ...이건 아비인 제가 물려준 체질인 듯 합니다. 저도 낯선 이들과 조우하게 되면

대인공포증이 온 몸을 지배하여 같은 증상을 보였거든요.

 

술...마시는 일

혹 억지 강요가 있지 않을까 염려하였는데, 전혀 자유로웠고, 17명 자기조원들 중에 한사람은 라식 수술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치과 치료때문에 술을 거부했고 자기와 또 다른 한 사람이 종교적 신념 등 때문에 술을 거절했는데, 그렇다고 문제 삼지 않았으며. 자유롭게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술먹기 게임"에 새벽 2시까지 참여했답니다. 자기 조에서 자러 가기 위해 제일 먼저 일어난 것이 자신이었으며 과반 이상이 밤을 거의 새운 것 같았답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미팅"에 대한 것이었고, 요즘 미팅은 반드시 술을 먹는 것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중론이었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술먹기 게임이 동반된' 미팅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하였습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70년대 중반 제가 신입생일 때 미팅은 찻집에서 차 한잔 마시며, 에프터를 신청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탐색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참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안 좋은 쪽이라고 하면 제가 너무 고지식한 인간이 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80년대 중반? 정도의 운동권이 대학을 지배할 때 보여주었던 과격한 음주 강요에 비하여는 매우 순화된 결과이긴 합니다.

우리 사회의 술문화...대학 그것도 여자대학 새내기들의 음주에 대한 기대가 이정도라면 ...술은 이미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자가 되어버린지 오랜듯 합니다.

 

피곤하여

아침도 건너뛰고 OT장소를 떠나 학교에 도착한 것이 12시 조금 넘어서였고 1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같은 조원과 컵라면을 나눠 먹은 게 전부라서 배가 고프다 하여, 만두국을 끓여주었습니다.

 

...

 

원경이의 남은 고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아리를 들 것이냐 말 것이냐, 든다면 어떤 동아리에 들 것이냐

제2외국어를 무엇으로 정할 것이냐, 독일어냐 스페인어냐, 아니면 아버지가 자꾸 권하여 귀찮은 일본어냐

2학년이 되면 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심리학이나 사회학이냐, 가늘고 길게 간다는 문헌정보학이냐

 

다음주 월요일에 수강신청

다다음주 금요일에 입학식...

 

보통 입학식엔 부모님이 오신대요...

저의 옛 대학 입학식땐 어머니와 매형과  만삭의 누님과 조카들이 모두 왔었는데...다른 친구들은 가족들이 오지 않아 약간은 뻘줌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ㅎㅎ

그래도 원경이의 은근한 부탁인데 까짓것 혹 두번째 뻘줌함을 각오하고라도...가야겠지요.^^  

 

   

 

 

 

 

  • malmiama2015.02.14 07:57 신고

    남은 고민은 나름 여유가 있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5.02.14 11:03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저는 사회학을 권하고있는데
      본인은 심리학쪽에 관심이 간다고 합니다. 취직을 위해서는 경제학이 좋다고 하고...고시를 치려면 행정학이나 정치외교학으로 가야한다고 하고...좀 혼돈상태입니다.^^
      동아리는 ivf를 추천했는데 기독교는 싫다는군요...이건 순 저때문인듯 합니다. 제 비판적 시각의 열매지요.

  • 들풀2015.02.14 10:31 신고

    우리 아이들 입학시절이 떠오르네요
    그래도 원경인 술을 거절했군요
    앞으로의 얘기들도 기대됩니다
    얼마나 무궁무진할지

    답글
    • 주방보조2015.02.14 11:06

      슬을 강요해도 당연히 거절했을 아이지만 ...ㅎㅎ 화가 나면 정말 무섭거든요^^
      다행히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답니다.
      근데...너무 이성교제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은근히 걱정입니다.

  • 한재웅2015.02.15 09:15 신고

    앞으로 선택해야 할일이 널려있을터 지금은 그래도 행복한 고민이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5.02.15 19:22

      세상 모든 선택이 다 그렇듯이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
      은근히 약간 귀가 얇은 편^^이라서 걱정은 됩니다.

  • 김순옥2015.02.15 12:17 신고

    어제 올케를 만났는데 조카도OT를 떠났다고 하더군요.
    한빛이가 2년전 오티를 갔다가 손가락 골절이 되어왔던 생각이 나네요.
    장기자랑에서 막춤을 추다가 그랬다는 말을 들었어요.
    롤링페이퍼에 쓴 아이들의 짦은 편지글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좋았고
    술을 마시니까 참 귀여웠다고 했었구요. 한빛이가 술을 처음 접한건 졸업을 앞두고
    문과친구들과 부산여행을 가서 캔맥주 1개를 마셨는데 맛이 없는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는...
    그러고 오티때부터 술을 제법 먹게 되었답니다. 한얼이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데
    한빛이가 예외더군요. 술마신뒤 콩나물국을 부탁하면 저는 끓여주거든요.ㅎㅎ
    원경이가 대학생이 되고 많은 새로운 것들과 대면하게 되고 배워가겠지요.
    착하고 신중한 아이니까 아주 잘해가겠지요.
    입학식?정문에서 대기할까요? ㅎㅎ

    답글
    • 주방보조2015.02.15 19:32

      저는 술맛을 알기 전에 끊어서^^
      지금껏 기억이 한빛이의 첫술경험담과 비슷합니다.
      접대술은 하는 경우나 받는 경우나 다음날까지 다 욕지기만 올라오는 일이었고
      친구들끼리 즐겁게 마셨어도 조금만 지나치면 후회뿐이었는데
      요즘은 술이 좋아졌는지. 저렇게 여대신입생들까지 좋아라 하니... 쩝...

      원경이는 앞으론 그런 모임엔 별 관심이 없다하니...학교 생활이 단순해질 것같습니다.
      학교 도서관 집...무한반복^^

  • 이요조2015.02.16 19:13 신고

    ㅋㅋㅋ 보기좋아요. 아빠가 쬐그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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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보조2015.02.16 22:08

      이요조님 닮은 ^^ 나실이가 맨 앞에서 사진을 찍는 십자가를 담당했지 말입니다.^^

  • 김충신2015.02.22 20:29 신고

    저는 OT때 음...예배드리고...재미없는 게임만 5시간인가 하다가 어영부영 밤만새고 끝났었는데 ㅋㅋㅋ
    내일이 우리학교 OT날이네요.이화여대는 되게 일찍했었구나.

    보낸 물건은 잘 복용하고 계십니까 ㅋㅋㅋ

    답글
    • 주방보조2015.02.22 20:44

      거의 다 먹었다. 전 식구의 음용///ㅎㅎㅎ
      앞으로는 그런 것 보내지 마라, 너무 감격스러우니까...

      글고...페이스북에 글 좀 자제하면 안 될까? 네 글이 너무 반항적이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드높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