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리의 미래...
발목이 골절 되셔서 수술을 받은 아이들 외할머니께서 그토록 꺼리시던 요양원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런 환경을 너무나 싫어하시는 것을 잘 아는 고로 마음이 짠하게 아팠습니다.
저의 처가 가풍이 며느리나 사위는 집안 일에 잘 끼워주지 않아서, 서씨 형제들끼리 전화로 의견이 오고가는 것을 귀동냥으로 조금 듣고 아는 것인데, 그저 속으로 잘 해결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메국에 계신 어머니는 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겠다고 꿋꿋이 버티고 계십니다만, 고난의 길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심지가 견고하여도, 무너지는 육신을 스스로 다 감당해 낸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은총을 누리는 소수의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누님에게 어머니의 치매증세로 인한 어려움이나 병원 다니는 이야기를 보고 받을 때마다 점점 저는 죄인이 되어갑니다.
어쨌든
아이들 외할머니는 자녀들이 많으니 알아서 잘 해결할 것이고
저의 어머니는 굳센 누님이 계시니 아직은 무탈한 것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문득
저희 아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군대 간 충신이 빼고 넷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80쯤 되어서 치매에 걸렸다. 누가 돌봐 줄 것이냐?
이구동성...자기들이 모시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휴...전 일단 살았습니다. 모시고 돌봐준다는 자식이 다섯이나 되니 말입니다. 충신이도 분명히 자기가 모시겠다 할 것이니...^^
그러나
눈 앞의, 태권브이같이 힘 있는 아버지에게 하는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이틀 후
두번째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인듯 말했습니다. 갑자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너희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다. 너희 엄마와 내가 외할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진실 나실 둘이 쓰는 새집의 안방을 외할머니께 드리고, 딸 셋은 본집으로 와서 교신이 방에서 함께 살고, 교신이는 새집으로 가서 원경이가 쓰는 문간방을 차지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한다. 물론 너희 불편하지 않도록 시시때때로 엄마 아빠가 외할머니는 거의 돌봐 드릴 것이다. 어찌 생각하느냐?
이 소리를 들은 아이들, 80 치매 아버지를 너도 나도 모시겠다던 호기는 다 어데가고(아마 아버지의 치매는 현실이 아니니까 그랬겠죠^^) 다들 심각해졌습니다. 외할머니의 상황은 현실이니까요.
진실: 그 좁은 방 한 칸에서 셋이 어떻게 지내요. 전 독립해 나가겠어요.
나실: 언니와 제가 독립을 하는 것이 낫겠지만, 형편이 안 되니 갑갑하네요. 잠시라면 짐을 다 새 집에 놓아두고 몸만 가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원경: 네에? 결정된 거예요? 그럼 할 수 없죠. 언니들하고 셋이 자는 것은 무리니까, 전 엄마하고 자면 되겠네요. 아빤 거실에서 주무세요. ㅎ
교신: 그건 너무 불공평하지요. 왜 제가 그리로 가야합니까? 거긴 아무 것도 없잖아요. 아우~ 말이 안 되요.
음...
이것이 아이들의 진심인 셈입니다.
그러니
혹 철든 자식들 하나 둘 정도는 늙고 병든 부모를 모시고 싶겠지만,
제 아이들의 아이들 , 곧 제 손자손녀들은 결코 그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머리로 이미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이
결국 조금이라도 더 시설 좋고 서비스 좋은 요양원을 알아두는 것이 현명한 미래에 대한 대비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특별히 부족한 대인관계...
아무나와 잘 어울리는 훈련도 해야 할 듯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요양원의 필수 조건일테니 말입니다.
아니면...깊고 깊은 산 속에 모든 인연을 끊고 조용히 묻혀 살다 죽든가...
실현불능일 수 있겠지만 ...아, 기분이 그랬습니다.
결국, 우리 어머니들의 저 상황들이 나의 미래가 될테니까...
-
아버지께서는 건강하게 사시다가 몇 개월 투병하시다가
답글
아버지도,가족들에게도 크게 섭섭하거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셨습니다.
물론 어머니도 계셨지만 장남 부부가 최고의 효자 효부로 모셨습니다.
84세가 되신 어머니는 혼자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서 독립을 하셨고,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을 다니시면서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십니다.
요즘은 뒤늦게 일한다고 나다니는 셋째딸을 위해서 김치며 밑반찬, 각종 양념들...
한 달에도 한두번은 택배를 보내주십니다.
적은 용돈을 통장에 입금해드리는데도 마치 죄인처럼 미안해 하시면서요.
자식도 자식이지만 희생도 저의 부모님 세대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저라면...어머니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지...60을 바라보면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유약한 딸로 만들고 계시지는 않는지...
그러니 자식들에게 어떤 것을 바란다는 것은 저로서는 접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외할머니에 대해서는 사위의 진심이 가득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상과 현실은 동일시 되기 힘들겠지요? -
우리 현빈이랑 같이 읽다가
답글
저도 물었습니다 똑같이.
그랬더니 당연 모신다더군요
그후 그 아래글을 마저 읽더니
막 웃더군요
웃은 이유는 공감이겠지요?
누구 마음에 공감 했던지.
저는
혹시 치매가 걸리면
요양원으로 보내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그 말에도 공감
하는 눈치더군요. -
-
엊그제 동호회에서 같이 활동하던 저보다 한살 많은 분이 근무중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답글
술 담배도 안하고 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 수명은 장담 못하는것 같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동호인들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은 어떠할까? 라는 말이
화두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