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보조 2014. 9. 6. 08:38

교신이와 잠시 입씨름이 있었습니다.

아픈 것에 대한 절대성과 객관성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교신이 왈

아버지는 제가 어디 아프다고만 하면 비웃으시며 '나는 더 아픈데'라고 하시니 참 할 말이 없다 하며

아픈 것은 객관적이어야한다고 주장했고, 분명히 자기가 더 아프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아픈 것에 대한 느낌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며 누구든지 자기가 제일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그래서 그 판단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므로 절대적인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설겆이를 하고 계시던 넘버원께서

갑자기 저를 향해 한마디 던지시는 것입니다.

아, 아픈 것은 절대적인 것이지요. 자기만 아니까, 교신이 말이 맞아요, 당신은 왜 애한테 이상한 소리를 하세요? 하시는 것입니다.

교신이는 멈칫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엄마는 아빠주장을 맞다고 하시면서, 동시에 교신이 편을 들고 계셨던 것이니까 말입니다.

풋...저는 잠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이런...마눌님이 실수하셨네...ㅋ

뭐 그 다음은 저의 별로 먹혀들지도 않는 항의가 잠시 이어졌고, 아내는 아들편이란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서 마지막 한마디로 마쳤지요.

당신 그렇게 아들만 좋아하다가 나중에 뒤통수 호되게 맞아요...

 

충신이와 마눌님이랑 저 셋이서 이마트를 다녀왔습니다.

먹을만한 것 해 먹여 보내고 싶어서 시장을 보았지요. 삼겹살은 부대에서도 매주 먹고...자기 교회전도사님이 회를 사주셨는데 그것 먹고부터 계속 속이 안 좋다, 그러는 바람에 냉동송편이랑 생선전꺼리 정도만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지요.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옷 이야기가 나왔고, 충신이의 오래된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워낙 솔직한 놈이니까요.

'아버지, 그때(고2올라갈 무렵?)옷 한벌 사달라고 한 것때문에 가족회의를 하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는 가족들을 다 싹 쓸어버리고 싶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도 다들 헐!!! 그랬었구요. 사촌형들에게 받은 옷이 많았지만 소매가 좀 짧다든가, 내 마음에 안 맞는 것 뿐이어서 별로 비싸지도 않은 옷이었는데 그걸 못사게 하셨잖아요.'

저는 충신이가 휴가 나와서 이번엔 술도 안 마시고 착한 아들노릇을 죽 해왔기 때문에, 4,5년전 일을 꺼내 억울했던 것을 호소하는 녀석을 힘껏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등학생이 교복이 일단 있고, 공부에 전념해야할 때인데 무슨 옷이 그리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진실 나실도 그런식으로 옷을 사준 적이 없었고 원경이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입던 옷 입고 요즘은 자기들 돈 벌어 알아서 사 입지만, 대학 들어가서야 새옷을 사주었었다. 너도 대학 들어갔을 때 한 벌 쫙 빼입혔잖느냐? 그리고 고등학생 당시 네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다 잊었단 말이냐? 곰곰 돌아보거라. 그리고 교신이와 비교도 문제가 있다. 그때 초등학교 전교부회장 하고 또 회장하고 한 바람에 네 엄마가 조금 더 신경 썼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나는 적어도 너희 다섯을 정말 공평하게 키웠다. 가족회의 한 것도 아마 네가 너무 불평을 늘어놓아 그리된 것일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일들은 소화해내고, 부모를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생각한다.'

아...저의 이 설득이 충신이의 순박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따라 먹혀들어가려고 할랑말랑 하는 순간

마늘님이 끼어 드셨습니다.

'저는 충신이가 이해가 되요. 당신이야 패션에 무감각한 사람이니까 그렇게 아무 옷이나 입고 다니시지만, 우리 아들들은 친정오라비들을 닮아서인지 패션에 무척 민감한 것 같아요. 그러니 그때 우리 형편이 새옷을 막 사줄 형편이 못되어서 그렇지 ... 충신이는  입고 싶은 옷 못 입어서 속 많이 상했을 거예요.'   

순간

충신이의 흔들리던 눈빛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입꼬리까지 승리자의 미소를 뿜어내었습니다.

'뭐, 앞으로야 제 돈 벌어 제 옷 사 입어야죠, 옛날에 아버지가 가족회의까지 하셨던 것이 너무 했다 기억났을 뿐이예요.'

아...엄마는 아들편, 영원한 아들들의 팬...남편은? 머슴?...^^

 

...

 

어제 충신이가

9박10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군대에 복귀했습니다.

교신이 무릎 진료때문에 서울대 병원에 가야 해서 충신이를 터미널까지 같이 가 주지 못하고 현관에서 포옹하고 등을 서로 두들겨 주며 작별을 했습니다.

마음이 뭉클, 눈물이 나려했습니다. 꾹 참고 돌아섰습니다.

ㅎㅎ

아버지도 아들편입니다.

 

 

 

 

 

  • malmiama2014.09.06 10:32 신고

    엄마는 대부분 자녀에 대해 참음과 포용이 아빠보다 우월하지요.
    10개월 동안 한 몸이었잖아요.

    한편, 충신맘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내편..네편..한편......곧, 송편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9.06 17:44

      아버지는 따돌려질 것이다...이거 자신에겐 적용이 안 될 줄 았았다는 게 아마 모든 아버지들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 장로님은 미리 한 수 접어두셨나 봅니다. ㅎㅎ

    • malmiama2014.09.07 08:37 신고

      흠~'아빠를 왕으로 대접해야 유민이가 공주가 되는거야!'

      이 말은 아내가 한 말입니다. 왕비가 되고픈^^

    • 주방보조2014.09.07 13:38

      ㅎㅎㅎ...공주님이 좀 거칠었나 봅니다.^^

  • 한재웅2014.09.06 18:34 신고

    부모들이야 모두 자식편이지요!
    아무리 그리 말씀하셔도 두아들에 대한 애정이 먹묵을 잔특 머금은 붓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9.06 20:53

      크... 아버지마음은 아버지만 알아주는 것입니다요^^
      마눌님들이 남편을 내편으로 알아주면 좋으련만...

  • 김순옥2014.09.10 12:53 신고

    부모에게는 일상적인 이야기나 태도가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서 꽤 오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 같더군요.
    본인들에게는 어쩌면 절실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충신이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갔네요.
    뒷모습을 바라보시면서 뭉클하셨을 아버님 모습 그려집니다.
    모든 군인을 둔 부모님들은 아들들에게 약자이며 아들바보가 되는듯해요.

    한빛이 부대도 부모초청 공개행사를 한다네요.
    16일이라는데 19일 신병휴가라니까
    다음달에 주어지는 기회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엄마도 아빠도 결국은 아들 편이 될 것이며
    빨리 편을 먹는 게 낫겠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4.09.11 01:44

      제 경우도 서른이 넘어서야 부모님의 행동을 이해했다고 보아야할 듯 합니다. 그런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으셨겟구나...사회생활하면서, 겨우 겨우 조금씩...
      일단 결혼해서 자식 하나 낳아 길러보면 다섯아이키우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겠다 깨닫게 될 텐데...요즘은 결혼연령이 너무 늦춰져서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 낳고 깨닫죠? ㅎㅎ...

      곧 한빛이 휴가 나오겠군요. 가족에게 시간을 얼마나 할애해 줄지 궁금하네요^^

  • 들풀2014.09.10 13:05 신고

    하하...정말 그 가족회의는 제 기억속에도 오래 갈 것 같네요.
    특별한 가족사랑입니까...

    엄마의 마음 아빠의 마음...
    모두 공감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9.11 01:54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우리집 아들놈들이 많이 특이합니다. 전 그 나이때 전혀 안 그랬던 것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니 사실 많이 당황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상상도 못할 요구들을 해대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가족회의는 매우 유용했었답니다.^^ 착한 딸들이 셋이나 있으니...엄마가 아들들 편을 들어줘도 4:3의 스코어가 지속되었지요.
      거기다가 부부단합공...을 마눌님께 간청하였으니...5:2,
      저 회의를 할 때 교신이는 너무 어렸으니...부모편이라서...6:1 ㅎㅎㅎ 녀석이 가족회의한다고 하면 절망스러웠을 수밖에요^^

      그러나 부모 마음이 어딜 가겠습니까? 욕구를 잠재우고, 공부에 전념하기를 바랬던 것이지요. 다 놈을 위하여...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햇으니...기술의 부재를 시인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만은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