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보조 2014. 6. 12. 10:21

요즘은

아내의 직장에서 마지막으로 여겨지는 시련이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집안이 우울 그자체입니다.

다섯아이를 낳고도 직장을 다닐 수 있게 해 준 것은 정말 그 시대에 칭찬받아야할 좋은 직장임을 나타내는 일이겠지만

다섯째 교신이가 태어나고부터

15년동안 한시도 편할날이 없었다...이것이 직장에서 아내의 처지였습니다.

 

쫓아내었다가 필요하면 부려먹고, 일 끝나면 내쳐지는 반복...

15년동안 단 한번의 진급시험을 칠 대상도 되지 못했습니다. 모범직원상을 탄 그 해조차도...

당연히 이제는 10여년 어린 후배가 직속 상관이 되고,

이번에는 마침내 신입에게나 적합할 자리로 쫓겨 보내어졌습니다. 그것도 사랑의 교회 다닌다는 대학 동기 부서장에 의해... 

이것이 마지막 핍박이 되기를, 그리고 멋지게 잘 극복해 내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끙끙 앓고 있는 중이구요. 

 

마음이 아프니 몸도 아프고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어떤 상태로든 폭발할까 두렵습니다.

최선을 다해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으나

아내의 설움이 내게 전염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그리되고 있습니다.

 

아내 나이 53...

어느새 아내 얼굴과는 다른 낯선 세월의 숫자가 붙어 있습니다.

7년쯤 참고 견디면 정년퇴직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아직도 어린 교신이때문에, 그리고 대학을 다녀야할 충신과 원경때문에 두려워 하면서도, 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고난이 그만큼 시립고, 몸도 마음도 그만큼 쇠하였기 때문인 듯 합니다.

 

조금 가난하게 살면 된다. 집이 있고 빚이 없고, 아이들이 거의 다 컸고...그 동안 수고했으니, 충분히 쉬어도 된다.

아무리 말해도

아내는 아직 하나도 독립하지 못한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 말을 고지 듣지 못합니다. 갈등합니다.  죽어도 못가겠다면서도, 핍박한 이들에게 한푼의 자비를 구하려 합니다.  

 

그럼 싸워라. 노조에 다시 가입하고, 대위원이 되어라. 당신처럼 핍박받는 동료들을 위해 용감히 싸워라

그리 말해도

아내는 아이들이 못내 가엾어 그 말을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머뭇머뭇합니다. 원수를 갚고 싶다면서도 그 원수들에게 긍휼 한조긱을 기대합니다.

 

 

저는 어제 아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하는 자는 실패한 남편이다.

아버지가 그렇다.

 

억지로 휴가를 내고 일터를 외면하고 있는 아내의 눈엔 오늘도 어김없이 눈물이 들썩이는 어깨 위로  폭포수같이 흘러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