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딸의 편지...
부모님께...
5월말이 되어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편지를 올립니다.
2월 중순
H대와 마강대(마이맥강남대성학원-편주)사이에서
많은 내적 외적 갈등을 하고
제가 선택한 것은 마강대였습니다.
물론 재수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고
재수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었지만
솔직히 말씀 드리면 오기에서 재수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하는 확원생활이 너무 학교생활과 유사해서
별로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반 아이들도 대부분 착하고
공부를 적극적으로 하기때문에 분위기도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급식입니다. 정말 맛있어용^^
제가 집에 오는 시간도 많이 적어져서 조금 적적하신가요? 아니죠? ㅎㅎ
가끔 집에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 효도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강! 꼭 챙기겠습니다. 제가 아프면 불효니까요.ㅎㅎ
항상 묵묵히 재수 생활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힘들 때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우리 가족 되기를 바라구요!
사랑합니다.
넷째 원경 올림
,,,
이 편지는 학원에서 갑자기 쓰게했다고 하더군요.
5월이 되면서 학원생들 중에 짝짓기가 시작되고 분위기도 어수선해져 가니 취한 수단인듯 생각되었습니다.
저의 약 40년전의 재수생활도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3,4월 긴장감이 서서히 풀려가고, 아스팔트와 칠판만 바라보던 눈길이 화사한 꽃들에 꼿히면서, 재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 있던 분위기...
제가 속했던 대성학원 문과2반은 여학생이 거의 없었는데, 원경이의 반엔 남녀가 반반씩이라니...그 심각함이 세대의 차이에 더해 가중되고 있겠지요.
정시에 합격을 한 원경이를 막아선 것은 ... 원경이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욕심을 부린 부모였지요.
등록까지 사흘간...지옥이었습니다.
그때 원경이를 그토록 많이 울게한 것, 마침내 녀석에게 어울리지 않는 오기를 부리게 한 것,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욕심이 만들어낸 죄...입니다.
다행히
성실한 아이라...흔들림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적은 뭐 그리 크게 눈에 띄는 향상을 보이진 못하지만...
약 5개월여 남은 기간 동안...이 딸이 잘 견디고, 소망을 이루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부모의 욕심이 아니라,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
워낙 모범생에다 효녀인 원경이는 언제 봐도 예쁘고 대견해 보입니다.
답글
여름을 맞으면서 재수생들이 슬럼프와 대면한다고들 하더군요.
이래저래 흔들리는 남자아이들보다는 훨씬 나을 수도 있고구요.
원경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로 부모님의 본인의 미래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 보냅니다.
한빛이는 어제 소지품이 도착했습니다.
간략한 편지도 동봉되었구요.
30명을 담당하는 선임노릇도 했다네요 ㅎㅎ.
22사단 교육대로 어제 떠났답니다. 구체적인 것은 아직 잘 모릅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한다는데 GOP 운운했던 엄마의 말대로 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주방보조2014.05.31 15:23
이번엔 정말 욕심 안 부리기로 마눌님과 단단히 약속을 했습니다. ㅎㅎ
본인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말입니다. 그래도 다시 입시의 고뇌를 겪게 하다니...많이 미안해 하고 있습니다.
22사단이면 속초근처에 있는 교육대군요.
지오피보다 그 후방보충부대들이 훈련이 많아서 더 힘들다고 하더군요.
충신이처럼 소위 꿀을 빠는 부대도...사람이 문제이지요.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한빛이는 대인관계가 좋고 리더십이 있어서 잘 할 것입니다.
좋은 상관 동료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기왕이면 신앙생활도 다시 회복하면 좋겠구요^^
-
-
-
-
우찌 저리도 이쁜글을 쓸 수 있단 말입니ㄲ
답글
아프면 불효라..
저보다 나은 아이네요..
저는 늘 아프다 소릴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근간에서야 그게 얼마나 민폐인가를 알았거든요..-
주방보조2014.06.06 19:46
아프면 민폐, 맞습니다.
어제 오늘 1박2일 교신이 무릎관절 수술한 것...재활을 위해 병원 갔다 왔습니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놈보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창창하게 남은 놈이 제 이틀을 쌈싸 먹어버렸습니다.^^
앞으로는 건강하십시오,
두 따님께 효도 받으시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