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의 학원성적표...
우리집 모범생 원경이가 재수학원에 다닌지도 벌써 두달이 되어 갑니다.
지난달 학원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모의고사를 쳤고, 이번 주에 그 성적과 분석이 나왔습니다.
학원담임이 자기 학급 모두에게 그러셨다는군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그 반에 모인 아이들이 최고수준은 아니어도 그래도 대부분 특목고출신이거나 자사고에서 괜찮은 성적이거나 3수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라는데
원경이 개인은 역시 영어, 그리고 수학이 많이 밀렸습니다. 아니 많이 밀린 정도가 아니라 참담했습니다.
일반고에서 성적이 좋다는 것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것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있다는 국어가 중간쯤이었고 사회는 두 과목 다 만점을 받았지만 점수차가 거의 없었으며, 수학은 거의 뒷부분, 영어는 그보다 더 뒷부분을 차지하였으니까요.
게다가 이것은 원경이가 다니는 2류학원 그 반에서의 평가이고,
소위 말하는 그 학원체인점들 중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원이 아닌데도 그렇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매월 시험결과를 발표하고 200명의 명단을 올리는데, 이것을 빌보드챠트라고 칭한다더군요.
자기 학원에서는 1반과 2반에서 딱 두명이 그 챠트에 올랐답니다. 그것도 3수생이...
제일 좋은 학원에서 대다수를 차지했고, 반수를 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그 명단에 있었으며, 기숙학원을 포함한 6,7개 되는 각 지점에서 몇명 정도 ...
말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므로...라고 했지만
풀이 상당히 죽었을 것임은 불문가지였습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네...라고 뻔한 격려의 말을 던졌습니다만
속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 원경이의 경우는 재수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문득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실상을 안다는 것이 자포자기 쉽게 하는 기질만 아니라면,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니.
고교3년동안 사교육 전혀 없이 성적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3학년의 성적만으로는 전교2등 또는 3등이었다는 자만감은 되도록이면 빨리 버려야할 것이니까요.
6시 기상, 7시20분 학원도착, 밤10시20분까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12시에 잠드는 생활
주일에도 오후 늦게 학원에 가서 10시가 넘도록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고된 생활입니다.
매월 치룰 시험 결과에 일희 일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 어느날인가 노력에 대한 댓가가 나타날 것이란 확신, 꾸준한 건강관리...이런 것들에 집중하기를
날마다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원경이를 행복하게 하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학원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매일 먹는 점심과 저녁이 너무나 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아빠 이러다 돼지 되겠어요.
다른 애들은?
남겨요
그럼 너도 남겨
남기면 버리잖아요, 죄책감이 들어서 못 남겨요
그럼 집에 싸오든가, 아빠가 먹어줄께
어떻게 그래요
그럼 염려없는 돼지가 되거라, 몇달 안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