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이 첫 휴가 이야기...

주방보조 2014. 2. 21. 22:18

충신이가 이번주 월요일에

소위 100일 휴가라는 것을 받아 나왔습니다.

 

첫날

오전 10시쯤 집에 와서

먹고 싶은 것 있느냐 하니...냉면이라 하여

고기주는 냉면집에 백수인 맏딸과 저, 그리고 교신이와 함께 갔습니다.

 

월급받는다면서, 지갑을 열길래 깜짝 놀라 제가 먼저 카드를 들이밀었습니다. 인간이 좀 변한다더니...ㅎㅎ 사드리고 싶었다고...

우리는 먼저 집으로 돌아왔는데

핸드폰을 다시 3일간 개통하고

충신이는 그 사이 친구들을 만나 이마트에서 장을 보았답니다. 두 박스 가득 먹거리를 사왔더군요.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음악하는 형님들 만난다고 나가서

다음날 새벽 2시 30분에 돌아왔습니다.

 

둘째날

오전 10시에 친구와 두 박스 가득한 먹거리를 가지고 떠났습니다. 1박2일 경기도 광주 근처의 팬션을 빌려 놀기로 했답니다.

같이 휴가나온 동창들과 곧이어 입대할 동창들 일곱명이 모여서 논다고...

 

세째날

오후 5시가 좀 넘어서 손에 천연수공비누??들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2월생인 진실 나실 원경이 생일선물로 군자역 근처까지 가서 직접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녁 8시가 넘어

안성에서 퇴근하여 나실이가 돌아오자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송을 부르는데

그동안 가나안교회라는 이름의 군교회에서 성가대 반주를 하였다더니, 우리를 떠났던 고3이후 한동안 상실했던 베이스의 감각을 찾아 멋지게 화음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제 옆에서 격에 맞지도 않는 테너음을 따라 열심히 4부화음을 맞추려 애쓰던 원경이의 빈자리가 갑자기 크게 느껴졌습니다. 돌아온 충신이가 반갑고 재수한다고 학원에 갇혀 처음으로 자리를 비운 원경이가 안타까워...울컥 눈물이 솟아났습니다.  얼레리 꼴레리...눈물이나 흘리는 못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저녁 10시엔 무슨 대학연합인가 하는 모임의 형님들이 모인다고 하여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3시 30분에 집에 돌아왔다고 보고를 들었습니다.

 

네째날

12시가 다 되어 일어난 녀석에게, 냉장고털이 돼지고기 김치찌게를 끓여 주었습니다. 집밥이 먹고 싶다 하여서 말입니다.

정말 맛이 없게 되었는데, 그냥 맛있다고 먹어주었습니다.

샤워하고 다시 군복으로 갈아입고 오후 3시가 좀 못되어 동서울 터미널로 넷이 함께 갔습니다. 둘러보니 같은 복장의 군인들이 득실거렸습니다. 간부를 보면 목례정도 하고 다른 사병들끼리는 인사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빈틈많은 충신이가 어딜 가겠습니까?^^그새 차비공짜로 받는 증서를 잃어버려 6600원짜리 홍천 가는 버스표를 끊어주었습니다. 

기념 사진 한장 찍고

악수 하고 포옹하고 떠나 보냈습니다. 3시 45분 버스.

 

...

 

집에 도착 보고, 저녁에 확인전화, 아침에 다시 확인 전화, 저녁에 보고, ... 신병 하나 휴가 보내놓고

소대장과 대대장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느껴졌습니다.

녀석의 옆 대대 휴가병이 음주운전으로 걸려서... 난리가 났다고...

 

...

 

키도 2센티는 족히 더 큰 듯 우러러보였습니다. 구부정하게 게임만 하던 녀석이 자세를 펴서 그런 것이겠다 생각했습니다.

형님들, 친구들 만나느라, 가족과는 별로 접촉이 없었지만

그래도

예전같지 않게, 살뜰하게 살펴주려는 마음이 엿보여...감사했습니다.

훈련중 손목 안쪽에 크게 화상을 입어 흉터가 길게 난 것이 마음 아펐지만...대수롭지 않는 척 하였습니다. 철드는 계급장 정도로 여겨주라 놀라는 마눌님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다음엔 5월 정도에 휴가를 나올 것이라는데

내년 8월이면 제대할텐데 휴가 너무 자주 나오지 말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선 시간이 정말 너무 안 간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다시 만나면 더 성장해 있기를... 버스를 태우고 돌아서며 빌었습니다.

 

 

 

 

 

 

 

  • 들풀2014.02.22 10:12 신고

    그 아버지...참 멋있습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대견함이 글 곳곳에서 드러나는군요
    아름다운 가정입니다.
    새벽 2시 3시 넘어 들어 올 수 있는 아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있으니 그리도 맘 놓고 놀다 오겠지요.
    안심하며 놀다가 부모님 품으로 들어와 깊은잠을 즐겼을테지요

    어쩌면 하늘 우리 아버지께서도
    우리의 어떤 짓거리(?)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이쁜짓을 할라치면 저리도 이뻐하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그 사랑때문에 당신 자신이 죽음의 고통까지 감내하셨는데.

    답글
    • 주방보조2014.02.22 12:56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미리 연습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행착오가 참 많았습니다.
      특히나 제가 지나치게 축소지향에 폐쇄적이라서 더욱 아이들에게 미안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미안함 때문인지...아이들이 커가고 제가 나이가 드니...어느새 자비로운 아버지가 되어버렸습니다. ㅎㅎㅎ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를 '나이가 닮게 하는 것 같습니다.

  • 한재웅2014.02.22 10:25 신고

    2년 금방갑니다!
    사진으로 보니 충신이와 교신이가 많이 닮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4.02.22 13:02

      21개월복무이니,,,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는...겨우 1년반밖에 안 남았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소대장과 통화하며 그리 말했습니다.
      오늘도 청소하다보니 녀석이 흘리고 간 것이 있어서 ...부대 사랑의 전화로 연락을 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더군요^^

      어릴적에는 정말 너무나 달랐는데...커가면서 교신이가 충신이를 닮아갑니다. 하는 짓까지요. 맨날 게임만 하려들거든요.

  • 김순옥2014.02.23 14:41 신고

    본인에게는 참 길게 느꼈을 100일일텐데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벌써?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짧아졌다고 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길고고 긴 시간들이겠지요.
    충신이를 보면서 한빛이도 얼마후면 입대를 하고 100일 휴가를 나올즈음이면
    저렇게 멋진 모습이 되어 있을까? 기대반이네요 ㅎㅎ

    100일만에 얻은 휴가가 짧기만 했을텐데 그사이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네요.
    다시 휴가를 얻을 때까지...전역하는 날까지 항상 건강하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2.24 00:48

      ㅎㅎ...정말 아주 쪼끔은 멋있어진 것같습니다.^^
      찬송부를 때 베이스음이 무척 좋았었는데, 이번에 다시 들으니...감개무량이었습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좀 편식하는 편이라...내무반 생활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대대장이 성가대지휘를 하고 소대장이 성가대원인데...반주자^^로 활동한다니, 도움이 되겠지 합니다.

      한빛이도, 군대가면 예전의 신앙생활을 되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 malmiama2014.02.25 21:45 신고

    기쁘네요...대견하고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