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셋으로 나누리라...
12월 말에 방학이 시작된 막내...
시간 계획표를 짜보라는 제 권고에
좀 터무니 없는 시간표를 이야기했습니다.
공부는 오전 중 2시간 정도 하고 대부분 놀러 나가서 시간을 다 보내는 것으로 정하였다고...
이것이 녀석 특유의 잔머리인데
이런 식으로 흥정을 시작해야 최대한의 자유시간을 뽑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였습니다.
중3접어드는 이번 방학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라서
어떻게 하든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까 생각하고 있던 저는 좀 짜증이 났습니다.
요즈음 해 오던 적당선에서 타협하기...보다는 강한 어조로 나무라며 그 시간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얼굴이 길쭉해져서 방에 들어갔다 나온 막내아들, 한참만에 웃는 얼굴로 나와 이런 안을 내 놓았습니다.
"하루를 셋으로 나누겠어요"
"새벽4시에 일어나서 12시까지 공부하고
12시부터 8시까지 자유시간을 갖고
8시부터 새벽4시까지 잠을 자겠어요"
"4시에 깨워 주시면 좋겠어요"
"좋다, 맘에 든다" 허락을 하였습니다.
오늘까지 약 20일동안 4시에 깨어나서 공부한 것이 3,4일 정도 됩니다.
물론 4시부터 12시까지 잠시 쉬는 시간 말고 꾸준히 공부한 날은 없습니다. 아침 7시되어서나 일어나거나 일찍 일어난 날은 오전8시부터 잠을 자거나 ...
그리고 밖에 나가서 노는 일은 철저히 시간을 엄수했지요. 초과달성도 하고...ㅎㅎ
그래도 저는 흔쾌히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부실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였으므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음...
그런데
함정이 있었습니다. 깨어 책상에 앉아는 있으되, 공부는 하지 않았다...
...
어제 주일 오후에
단 한번도 자발적으로 물어 보는 것이 없었으므로 녀석의 공부에 거의 관계하지 못하다가
녀석이 풀어 보았다는 범위 내에 있는 문제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수포자였던 나실이도 즉석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인수분해 문제였는데^^ ...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녁먹고 나서 네가 3등분으로 나눈 시간표 활용에 대하여 다시 재고 해보아야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
저녁식사후 나실이와 한강을 걷고 있는데
나실이 핸폰으로 두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막내가 가출하였다. (마눌)
막내를 겨우 새집으로 대려다 놓았다. (진실)
...
ㅎㅎ
막내를 집으로 데려가면서 피차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문득 눈 맞으면서 든 생각...참...저는 억울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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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요? 저는 재미있는데요 ㅎㅎ
답글
적어도 충신이랑 교신이 그리고 저희 두 아들들과는 거의 비슷한 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으로는 부모의 의지대로 따라주지는 않더라는 것이랍니다.
다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기의 몫을 할거라는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하면 저희집 큰아들이 증거잖아요.
하지만 큰아들에게서도 많은 문제점은 있어요.
그래도 묵인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충신이도, 교신이도, 저희집 작은아들도 언젠가는 자기 몫을 하겠지요.
다만 세상이 원하는 최고가 되지는 않더라도...
교신이에게 억지로 강요하기에는 많이 컸고,
교신이의 영향력으로 봐서 중학교를 거치면서 훨씬 좋아지리라 기대합니다.
저희집도 아버지나 엄마는 떡볶이 인간 맞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인내를 지금에 와서 많이 배워가는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