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이의 첫 편지...
맏아들이 입대하면서 입고 갔던 신발 옷등을 소포로 받았습니다.
그 소포 맨 위에 편지지 한장이 놓여 있고
괴발개발 쓴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거 불법일 것 같은데, 슬쩍 눈감아 준 것이겠지요.
온통 재미없다, 맛없다, 춥다, 평소 허접한 자신의 진면목을 고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도...2년 후면, 군대가 가르쳐 주는 삶의 지혜로 반짝거리며...돌아올 것을 기대합니다.
...
>>가족들에게
최대한 알아볼 수 있게 쓰도록 할께
입영2일차인데 여긴 그냥 무미건조해 재미가 없어 기대이하야 ㅡㅡ;;
줄 잘못 서서 노가다만 계속하고...내일 자대배치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s급 부대들이라서 걱정이야
군종병사 하고 싶은데 티오가 안 나나봐 그냥 소총수로 갈 것같은 느낌이야
엄마 아빠 우울해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엄마 ㅋㅋ 아빠는 답답하다고 계속 한 숨 쉬실 것같고
(고생 좀 하다가 갈께요
진짜 너무 추워요, 시설도 하나같이 낙후되어 있고...아무래도 군종병사는 힘들 것같아요
그리고 입영문화제때 하이 파이브할 때 울 것같았는데 참았어요 ㅋㅋ
고된 훈련이 지나면 울지도 모르겠네요.
집밥이 먹고 싶어요. 여기 밥 진짜 맛 없어요.)
누나들 원경이 교신이
원경이나 교신이는 나 없어지니 좋아 죽을테고, 누나들은 나 없어서 심심하려나.
원경이가 준 빼빼로는 안 먹었어 키다리한테나 갖다줘
그리고 김교신아 넌 군대 빨리 와라 내가 늦게 온 느낌이다. 94가 대부분이야.
전자사전 가지고 소설 읽는 것은 좋은데, 시간 뺏기진 말고
(그리고 엄마 번호로 나 군대간 정보 다 전달되도록 했으니까 문자확인 잘 하세요.
이 편지가 언제 집에 갈지는 모르겠는데, 자주 전화 할께요.
이 편지 도착하면 페이스북에 제 주소 올려주세요. 아이디:ㅌㅌㅌㅌㅌ, 패스워드:ㅌㅌㅌㅌ
비밀번호는 싸지방 가게 되면 바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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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이 편지가 정말 재미있네요 ㅎㅎ
답글
충신이 다운, 가족 분위기를 상승시키기 위한 작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추워서 고생이 되겠네요.
하지만 잘해내겠지요.
화이팅을 보냅니다. -
짜식~ ㅋㅋㅋ 결국 웃음짓게 만드는 군요. 웃게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답글
편지 촬영이나 스캔이 아니고...
아들의 편지를 한 자 한 자 타이핑하고 계시는 그 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
김원필 아버님의 아들 맞군요!!!
답글
딱 알아보겠습니다.*^^*
근데 칠스트레일리아에선 가장 큰 인물이었는데 조기선? 넘버3인가요? -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면 생각과 습관이 많이 바뀌겠지요.
답글
금새 새 첫휴가 나올겁니다^^
예전엔 100일 휴가라는 게 있었는데... -
어느새 의젓한 군인이 되었네요. 축하!!
답글
요즘은 군대 짧아서 고생한다 싶으면 끝나는 거 같아요.
제대하고 돌아오면 더이상 품안엣자식이 아니겠죠.
군종은 처음부터 주특기 받는 경우가 드물고 자대생활 중에 차출되는 경우가 있으니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실 교회생활은 언제라도 계속할 수 있으나
소총수생활만큼은 군대 아니고는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왕이면 군에서는 소총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게 더 값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팔도에서 모인 또래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함께 구르고 땀흘리는 일이란..
장차 운동선수나 육체노동 직업으로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생에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잖아요.
다시 축하드리면서 값진 병역 기간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장한 청년이 되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빕니다.-
주방보조2013.11.25 21:37
전공은 사회복지과인데 녀석이 다니는 학교가 신학교라서 운 좋으면 군종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피력하더군요^^ 워낙 게으른 놈이라 편하기만 꿈꾸지요. 전 제일 고생하는 곳에 떨어지기만 간절히 기도하는 중이구요^^
이 놈은 고1부터 실질적으로 품엣 자식은 아니었어요. 그냥 부모가 필요하니까 소속만 걸쳐두고 있는 것처럼...게임중독, 불평중독...으로 살았지요.
ㅎㅎ...그래도 날이 비오고 춥고 그러니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제가 아주 이중적이지요. 한편 고소하고^^ 다른 한편 안되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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