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이의 첫 편지...

주방보조 2013. 11. 19. 16:29

맏아들이 입대하면서 입고 갔던 신발 옷등을 소포로 받았습니다.
그 소포 맨 위에 편지지 한장이 놓여 있고

 

괴발개발 쓴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거 불법일 것 같은데, 슬쩍 눈감아 준 것이겠지요.

 

온통 재미없다, 맛없다, 춥다, 평소 허접한 자신의 진면목을 고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도...2년 후면, 군대가 가르쳐 주는 삶의 지혜로 반짝거리며...돌아올 것을 기대합니다.

...

 

>>가족들에게

최대한 알아볼 수 있게 쓰도록 할께

입영2일차인데 여긴 그냥 무미건조해 재미가 없어 기대이하야 ㅡㅡ;;

줄 잘못 서서 노가다만 계속하고...내일 자대배치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s급 부대들이라서 걱정이야

군종병사 하고 싶은데 티오가 안 나나봐 그냥 소총수로 갈 것같은 느낌이야

 

엄마 아빠 우울해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엄마 ㅋㅋ 아빠는 답답하다고 계속 한 숨 쉬실 것같고

(고생 좀 하다가 갈께요

진짜 너무 추워요, 시설도 하나같이 낙후되어 있고...아무래도 군종병사는 힘들 것같아요

그리고 입영문화제때 하이 파이브할 때 울 것같았는데 참았어요 ㅋㅋ

고된 훈련이 지나면 울지도 모르겠네요.

집밥이 먹고 싶어요. 여기 밥 진짜 맛 없어요.)

 

누나들 원경이 교신이

원경이나 교신이는 나 없어지니 좋아 죽을테고, 누나들은 나 없어서 심심하려나.

원경이가 준 빼빼로는 안 먹었어 키다리한테나 갖다줘

그리고 김교신아 넌 군대 빨리 와라 내가 늦게 온 느낌이다. 94가 대부분이야.

 전자사전 가지고 소설 읽는 것은 좋은데, 시간 뺏기진 말고

 

(그리고 엄마 번호로 나 군대간 정보 다 전달되도록 했으니까 문자확인 잘 하세요.

이 편지가 언제 집에 갈지는 모르겠는데, 자주 전화 할께요.

이 편지 도착하면 페이스북에 제 주소 올려주세요. 아이디:ㅌㅌㅌㅌㅌ, 패스워드:ㅌㅌㅌㅌ

비밀번호는 싸지방 가게 되면 바꿀게요.)

 

 

 

 

 

  • 주방보조2013.11.19 16:35

    이 편지는
    지난주 금요일 도착한 소포속에 들어 있던 것입니다.
    지금은
    원주 36사단에서 훈련 중일 것입니다. 훈련을 마치면 홍천에 있는 제3기갑여단으로 배치된다더군요.
    날이 많이 추워져서...한편 고소하면서도 마음이 맵고 아립니다. ㅎㅎㅎ

    싸지방은검색해 보니 ...사이버지식정보방...이랍니다.

    답글
  • 한재웅2013.11.19 17:42 신고

    신병훈련소는 소식을 접할수 있는 카페가
    있던데요~ 사진도 올리고 편지도 쓰고~

    답글
  • 김순옥2013.11.20 11:21 신고

    충신이 편지가 정말 재미있네요 ㅎㅎ
    충신이 다운, 가족 분위기를 상승시키기 위한 작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추워서 고생이 되겠네요.
    하지만 잘해내겠지요.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11.20 16:30

      아주 더 많이 추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녀석의 페이스북에 녀석의 주소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려 로그인하고 들어갔더니...정말 마음에 안 드는 글들만 수북하였답니다. ㅎㅎ
      아내는 바뻐서 정신이 없는데
      다행히 저는 담에 걸려서 녀석의 말대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지요.

      고생 좀 많이 하도록...기도했답니다.^^

  • Shir2013.11.20 18:29 신고

    짜식~ ㅋㅋㅋ 결국 웃음짓게 만드는 군요. 웃게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편지 촬영이나 스캔이 아니고...
    아들의 편지를 한 자 한 자 타이핑하고 계시는 그 아버지의 모습도 보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11.20 22:26

      웃기는 놈이죠^^
      투덜이고, 분수도 모르고 기대하고, 본은 한번도 안 보였으면서 동생 걱정하고...
      훈련병 부대 홈페이지에 가니...사진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왼쪽의 제일 까맣고 겁먹은 놈...^^

  • Shir2013.11.20 23:01 신고

    김원필 아버님의 아들 맞군요!!!
    딱 알아보겠습니다.*^^*
    근데 칠스트레일리아에선 가장 큰 인물이었는데 조기선? 넘버3인가요?

    답글
    • 주방보조2013.11.21 06:35

      ㅎㅎ..까맣죠?

      다들 훤하고 밝은데...아들놈만 초췌해 보여서...마음이 쓰입니다.^^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놈이라...

  • malmiama2013.11.22 07:47 신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면 생각과 습관이 많이 바뀌겠지요.

    금새 새 첫휴가 나올겁니다^^
    예전엔 100일 휴가라는 게 있었는데...

    답글
    • 주방보조2013.11.22 18:06

      휴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보고싶을 때 우리가 가서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밤새 술이나 처먹고 들어오는 꼴을 또 보고 싶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고생 지지리 하는 모습 보게 되면 제 맘이 변할지 모르겠지만...

  • coolwise2013.11.25 13:03 신고

    어느새 의젓한 군인이 되었네요. 축하!!
    요즘은 군대 짧아서 고생한다 싶으면 끝나는 거 같아요.
    제대하고 돌아오면 더이상 품안엣자식이 아니겠죠.

    군종은 처음부터 주특기 받는 경우가 드물고 자대생활 중에 차출되는 경우가 있으니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실 교회생활은 언제라도 계속할 수 있으나
    소총수생활만큼은 군대 아니고는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왕이면 군에서는 소총수 생활을 오래 하는 게 더 값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팔도에서 모인 또래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함께 구르고 땀흘리는 일이란..
    장차 운동선수나 육체노동 직업으로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생에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잖아요.

    다시 축하드리면서 값진 병역 기간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장한 청년이 되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빕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11.25 21:37

      전공은 사회복지과인데 녀석이 다니는 학교가 신학교라서 운 좋으면 군종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피력하더군요^^ 워낙 게으른 놈이라 편하기만 꿈꾸지요. 전 제일 고생하는 곳에 떨어지기만 간절히 기도하는 중이구요^^
      이 놈은 고1부터 실질적으로 품엣 자식은 아니었어요. 그냥 부모가 필요하니까 소속만 걸쳐두고 있는 것처럼...게임중독, 불평중독...으로 살았지요.

      ㅎㅎ...그래도 날이 비오고 춥고 그러니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제가 아주 이중적이지요. 한편 고소하고^^ 다른 한편 안되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