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2013.7월 ...요즘 우리 다섯 아이들...

주방보조 2013. 7. 15. 18:53

진실:

아침 6시에 기상

8시 반까지 도시락 싸 가지고 회사 출근

오후 6시 업무 끝나면 사장님에게 1시간 넘게 번역한 것 지적받고 저녁 8시에 귀가

주중에 하던 알바는 너무 힘들어 그만 두고 주말 알바만 하고 있음. 한달 5만원이지만 용돈으로 요긴하게 사용중. 

요즘은 회사 동료들과 조금 친해져서 점심도 같이 먹기도 하고 한번은 퇴근 후 빙수를 먹고 늦는 일도 있었음. 모두 힘든 회사 환경에 공감하며 그렇게 숨통을 트고 있는 듯.

2주전엔 사장님이 좀 심한 말을 하였는지 회사 옮기겠다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하였지만 말렸음.

그 좋아하는 스마트폰 게임도 별로 많이 못함.

 

나실:

아침6시에 기상

모두 출근한 뒤 아버지와 아침 운동을 함께 하느라 한강을 한바퀴 돌고 있음.

28일 토익시험이 있는데 공부는 별로 안 함.

친구들이 만나자는 일도 잦고 잠도 역시 많고.

지난 주는 봉사갔던 우크라이나 친구들과 이틀을 만나서 남산으로 인천공항으로 다녔고 오늘은 교수님 만나러 갔음.

처음으로 시작한 가족 다이어트 첫 시상자가 되었음. 일주일만에 1.8KG을 줄여서...상금 1만원 받고.

마지막 학기만 앞두고 있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여전히 길은 찾고 있는 중이고, 길은 어디에...

성실함은 끝내주는 아이인데,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기를  

 

 

충신:

아버지의 '알바안해' '공부안해' 바가지에 시달리다가

7월 2일부터 알바를 구해 나가기 시작하였음.

작년에 주말 밤샘알바를 했던 피씨방인데 우연히 사장에게서  전화가 와서 운 좋게 낮 알바를 하게 되었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

다음 달 초에 첫 월급으로 받을 돈이 81만원쯤이라 하여, 그동안 아버지에게 밀린 빚과 11월까지의 스마트폰비까지 계산하여 35만원은 바쳐야한다고 했음.  

주말에는 '망각화'라는 팀에 가서 음반작업 도우미를 자청하고 다님.

돈이 없으니 요즘은 술도 못 마시고 교회에도 일찍 가서 봉사 잘하고 있다고 함.

여전히 알바 후 나머지 시간은 LOL게임에 푹 빠져 지냄. 공부는 절대로 안 함.

 

원경:

학기말 고사를 무사히 끝냈음. 1학년 2.3등급, 2학년 1.6등급, 3학년 1.12.등급..^^ 

2학기 학급회장 선거에서 떨어짐. 1표차이로.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합리화 해버림. 약오를 법도 한데, 소화를 잘 해냄.

눈에 다래끼가 자주남. 눈을 자주 깜빡여서인지... 

지난주 7월모의고사는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함. 22?13

작년 선배들이 와서 특강하며 기를 죽여놓고 있음. 작년 전교1등은 서울대, 2등은 이대, 3등은 시립대를 갔다고 함. 겨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탐 공부를 시작했음.  

 

교신:

축구하기 위해 7시 기상 7시30분 등교.

부모 몰래 게임방 가는 것이 일상화 되었음. 우리는 충신이를 꼬득여 다 파악하고 있지만 말을 안 하고 있음.

학기말 시험 성적이 오늘 내일 나올텐데 아무도 성적이 올랐으리라 기대하지 않음.

오늘 학급회장 선거가 있다고 통지하고 갔는데 본인은 추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 하겠다고 고사했다지만, 의심스러움.

블렉켓 F2.4를 27만원에 샀음. 오늘 배달왔음.

인생이 잘 안풀린다며 제법 염세주의 훙내를 내며 무게를 잡고 있음. 그런 맥락에서 싸이에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데 독자가 80명 정도 된다고 하고... 어떤 여학생은 모두 모아 편집도 해 놓았다고도 함.  

 

...

 

저는 지난주부터 우울함과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진실이가 매일 직장에 나가고 있고

나실이가 든든하게 바쳐주고 있으며

충신이가 알바를 착실하게 하고 있고

원경이가 여전히 성실하게 공부에 전념하고 있고

교신이가 몸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 오는 우울함때문에 전반적으로 의욕이 없어져서 그 즐겨하던 안예카페 관리도 소홀해지고 이 구석방도 덜 찾게 됩니다.

욕심에 미치지 않는 현실 때문인지

당뇨관리를 지나치게 하여 체력이 약해져서인지

나이에 걸맞는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오전에 부쩍 불어나 세차게 흐르는 한강물이 잠시 나를 잊게 해주긴 하였습니다만  

뭐라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자기연민이 바람의 숨처럼 훅 불어왔다 불려가곤 합니다.^^ㅎㅎ 

 

 

 

 

  • 주방보조2013.07.16 15:10

    결국 교신이는 다시 회장이 되었습니다.
    공부가 바닥임을 아는 선생님은 한숨을 훅~쉬셨다고...

    공부는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도저히 스스로는 못하겠다고 우겨대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말 시험에서 전체 평균점수도 안 나오면 더 이상 방과후 수업도 그만 두라고 했더니...하는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녀석이 공부도 그만 두면 되는 거지요 하는 순간, 비수ㅡ가 가슴에 꽂히는 것 같았습니다. 허허...
    우울증 탓인지...

    답글
  • 김순옥2013.07.16 20:57 신고

    중년을 지나는 갱년기 여성들이 우울해지는 이유가
    아무것도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랍니다. 저도 그런 증상이 농후하거든요.
    어쩌면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갈텐데
    부모들의 조바심은 아닐까 생각하다가도 눈에 보이는 현상에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원경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고,
    교신이가 부모님의 뜻대로 학구열이 조금만 더 높아진다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진실, 나실, 충신이는 이제 그들 말대로 성인이니까요.

    언덕을 올라오는 마을버스가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면 가슴이 울컥 할 때가 있답니다.
    별로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는 마음일 거예요.
    3년 이상을 거의 같은 포지션의 남편,
    집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게임으로 대신하는 한빛이.
    제게 주어진 일에 대한 갈등...
    그런 것들입니다.

    요즘은 미국에서 동생이 와있어서 자매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7.17 14:43

      나이가 들수록 해줄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예전같으면
      교신이를 집어 올려놓고 윽박질러서라도 공부를 하게 할텐데...이젠 초연한척 지켜보기만 하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원경이의 안타까운 성실함을 조금도 더 도울 수 없으니 미안하고
      큰 세녀석들의 인생에 유익함을 주고자 하되 줄 것이 없는 빈손임이 슬프고...그렇습니다.

      충신이를 삼킨 게임이 한빛이도 삼켜버렸나 봅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게임하는 동안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떨어져 있는 것이니...이것 또한 슬픈 현상입니다. 충신이에게 밥먹어라 12시 넘었으니 그만해라...이 정도말밖에 할 것이 없어집니다.

      전, 나실이가 함께 있어주는 시간이 많아서 다행인데^^
      이녀석도 알바 구한다고 하는데...말려야 하나 하고 잇습니다. ㅎㅎ

  • malmiama2013.07.17 09:48 신고

    진실이 직장 사장이 1시간 넘게 지적한다는 것은 좋은 상황입니다.
    번역 능력이 많이 향상되겠군요.

    나실,충신,원경,교신...모두 세상적으로도 잘 될겁니다.^^

    우울함과 싸우지 마시고...
    잘 다독여 사이좋게 안되면, 발의 먼지를 털듯하시지요.

    저는 며칠..수면 부족으로 많이 피곤했는데...아예 출근시간을 당겼더니 훨씬 낫습니다.
    전철 두 번 타는데 2/3는 앉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13.07.17 14:49

      진실이가 나실이나 원경이처럼 성실하면 좋을텐데...불평이 앞서니 걱정입니다. '너한테는 최고의 기회'라고 식구 모두 우겨대며 격려하는 중입니다만...ㅎㅎ

      장로님은 전철에서 이젠 노약자석에 앉아도 되지 않을까요? 나머지 1/3도 앉아 가시게요.^^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가슴이 싸르르 아픈 것, 이게 제 우울증인데 말입니다. 잘 털어버려지질 않습니다.

  • 왕언니2013.07.19 18:49 신고

    아이들이 다 키운 보람을 안겨주네요. 잘키우신것 부럽습니다.
    혹시 옥수수 왔던가요? 주소가 안바뀌었는지, 전화번호02-458-4720 으로 주문했는데 ...
    만일 오지 않았다면 빨리 연락 주세요. 괴산에 알려야 하니까
    제 전화로 문자 주시던지요.
    010-2959-3130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13.07.19 21:36

      옥수수 받았습니다. 오늘 삶아 먹었습니다.^^ 막 감사 댓글을 달러 가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 [비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