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이 휴가...쁘띠프랑스

주방보조 2013. 7. 7. 16:29

진실이의 첫 휴가가 7월3일부터 5일간 주어졌습니다.

개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회사 전체의 휴가입니다.

특별 휴가비 같은 것은 없고, 반쪽짜리 월급을 7월1일에 받았으나

십일조, 부모님용돈, 새집관리비 뜯기고, 한달 차비, 핸폰비 놔두면 겨우 10여만원남는 데 무슨 특별한 휴가를 꿈꾸지도 못할 형편이었습니다.

 

아비된 자로서 그런 딸이 가엾어서

교신이 시험중이고 원경이 곧 시험 시작이므로 아버지가 함께 할 수는 없고 나실이와 진실이 둘이서 어디든 다녀오면(국내^^2-30만원예상) 비용을 전액 지불해 주겠다 하였습니다.

일본에 보내달라는 말을 하는 것 보면^^ 속이 깊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다른 휴가계획에 대하여는 별 흥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나실이가 여기갈까 해도 설레설레, 저기 갈까 해도 절레절레...

휴가 다녀오라 거금을 줄 각오를 한 저나, 열심히 2박3일이니 1박2일이니 하는 계획을 짠 나실이 모두 오히려 약간 화가 난 채로 휴가를 맞고 말았습니다.

 

휴가 첫날은

그래도 무언가 해주고 싶어, 일찍 일어나는 것 싫다는 놈을 억지로 꼬득여, 조조지만 월드워z을 보여주었습니다. 좀비 영화 치고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냉면 해 먹여주고 한강 산책 한 것으로 마무리.

휴가 둘째날은

진실이는 동창 만난다고 나가서 저녁때 돌아오고, 나실이도 같이 나가서 더 늦게 돌아왔습니다.

 

이날 저녁을 먹으면서 저는 용감하게 화를 냈습니다.

그래도 첫 휴가인데 이렇게 하루 하루 허무하게 지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하루 겨우 휴가를 낸 아내에게도, 휴가 세째날을 맞을 진실에게도

앞으로 우리 가족의 앞날을 위해서 이러면 안 된다 엄한 표정으로 나무랐습니다.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뭔가 하며 보내는 것도 좋은 전통이 될 수 있는데, 시작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제가 골을 내고 있는 동안...마눌 진실 나실 여자셋이 상의를 하더니 쁘띠프랑스 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고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휴가 세째날

원경이가 시험 둘째날이라 아침 일찍 제일 먼저 떠나고

교신이가 전날 시험 끝났다고 저녁 9시가 넘게 놀다 들어온 탓에, 눈치 살살 보며 뒤이어 축구하러 나가고

드디어 

알바가 취소되었다는 충신이까지(이 놈은 맨날 알바가 취소됩니다. 돈도 없는 놈이 제대로 된 알바는 안 구하고 당일 알바만 구하니)  데리고 진실이의 휴가처인 쁘띠 프랑스로 네명이 떠났습니다. 그곳 음식값이 장난이 아니라 해서 감자 계란 삶은 것과 식빵에 야채와 치즈와 소스를 얹은 간이 피자를 싸가지고...

 

골난척 하던 저는 텅빈 집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원경이를 기다렸지요.  

원경이와 휴가 떠난 이들이 남긴 식빵 피자를 점심으로 먹고...

원경이는 학교도서관으로, 저는 한강으로 ... 각자의 길을 떠났습니다.

 

...

 

그들은 쁘띠프랑스에서 재미있었다는군요^^  마눌님도 아이들을 혼자 차지한 즐거움이 적잖아 보였고 말입니다.

어쨌든

진실이의 첫 휴가는...성공적이었다...생각합니다.

그 휴가를 위해 제 체면에^^어울리지 않는 골까지 낸 아버지의 공로를 알아줄 날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요?^^

 

 

 

 

 

 

 

 

 

 

 

 

 

 

 

 

 

 

 

 

 

  • 한재웅2013.07.08 08:07 신고

    좀 더 있으면 아이들은 제각자 길로 가고 두 양주만이 남아 있을 겁니다^^

    답글
  • malmiama2013.07.08 09:33 신고

    방학,휴가..와 상관없이 열심일 원경이가 많이 애틋하시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7.08 16:04

      그래서 오늘은
      큰맘 먹고 나실이에게 뽀모도르에 가서 점심을 사 먹이라 하였습니다.^^

  • 김순옥2013.07.08 10:24 신고

    진실이와 나실이가 많이 날씬해진 것 같네요.
    갈수록 엄마의 미모를 닮아가는 분위기예요.

    원경이가 막바지 고생을 하게 되는 여름방학이겠군요.
    진실이의 첫휴가가 가족과 함께하니 더더욱 의미있겠구요.

    저야 휴가랄 것도 없는 자유고,
    한얼이는 겨울에 사용하겠다고 하구요.
    이른 방학을 한 한빛이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모호합니다 ㅎㅎ

    엄마와 딸...갈수록 부러운 모습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7.08 16:22

      요즘 저와 두딸과 마눌 넷이서 몸무게 줄이기 시합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살이 찌면 안 되니, 노력중입니다.

      장마 끝나면 남자남자남자 이끌고...좋은 곳 다녀오십시오.
      혹 가능하시면 예비 며느님도 모시고...^^
      아마 딸들 있는 것 안 부러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