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추지절(初秋之節)에 어무윤척(語無淪脊)한 글로 외람(猥濫)되오나 불사심불구(不
蛇心佛口)로 근계(謹啓)합니다.
1. 타후두(打後頭)
원필님께서 무엇을 가리켜 타후두(打後頭 :뒤통수 쳤다)라 설파(說破)하셨는지,
과문(過門)한 바쿠스가 심중(深重)을 헤아릴 재간(才幹)이 전무(全無)합니다.
사실유근(事實有根)이라면 마땅히 제가 근심하여야 할 줄 압니다. 그러나 무엇을
두고 '타후두(打後頭)'라 하셨는지, 불문가지(不問可知)는 불가(不可)한 바쿠스는
답답함을 금 할 방편(方便)이 없음을 양지(諒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매(愚昧)한 중생(衆生)이 중생(重生)하도록 지도편달(指導鞭撻)바랍니다.
그래 주시면, 바쿠스에게 '타후두(打後頭)된 분'의 치료비(治療費) 부담(負擔)에
기꺼이 분골쇄신(粉骨碎身)하겠습니다.
* 소시(少時)적 모발(毛髮)을 아주 짧게 관리했다는 이유로 포졸(捕卒)에게 일각
(一刻)이 멀다하고 심문(審問)에 시달렸던 악몽(惡夢)이 돌출(突出)됩니다. *
2. 기괴농담(奇怪濃淡)
기위(旣爲) 고백(告白)했듯이 바쿠스는 야소교(耶蘇敎)가 자랑하는 문자주의(文字
主義) 성도(聖徒)를 개과자신(改過自新)토록 하는데 그 목적(目的)이 있지 않으며,
난화지물(難化之物)에 살신성인(殺身成仁)할 의인(義人)도 아니며, 또한 상전벽해
(桑田碧海)같은 몽상(夢想)도 하지 않습니다.
야소교(耶蘇敎) 멸절(滅絶)은 바쿠스가 부동(不動)하여도 세월(歲月)에 따라 무위
이화(無爲而化)될 것입니다.
비록, 바쿠스의 행실(行實)이 구상유취(口尙乳臭)하여 심히 역겹더라도, 월필님은
상전(上典)이 계신 천국(天國)행이고, 바쿠스는 화염(火焰)에 휩싸인 사악도
(四惡道)를 향하니, 바쿠스를 불학무식(不學無識)한 덕에 용감한 어두귀면지졸
(魚頭鬼面之卒)이라 여기시고, 근묵자흑(根墨者黑)하는 우(愚)를 범(犯)하지
않기를 삼가 권면(勸勉)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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