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용마산 정상을 정복하다^^

주방보조 2006. 8. 15. 05:55

마침 어떤 블로그에서
50미터짜리 인공폭포가 용마산에 있어 하루 두번 장관을 연출한다는 정보를 얻었었습니다.
일주일전 쯤 계획된 특별한 산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자기 멋대로 봉사활동을 하기로 해 버린 나실이 를 뺀 ...갈 길을 잃은 우리 가족을, 저는 가장으로서 용마산행을 감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김밥 열줄, 과자 두통, 만주 한봉지, 생수 큰병 둘과 작은 병 둘을 준비하고
나와 마눌은 이인용 자전거에
며칠전 자전거를 잃어버린 진실이에게는 새 자전거를
나실이 자전거에는 역시 자전거를 잃어버려 슬픈^^충신이를 타게하고
원경이와 교신이는 각기 자기 자전거를 타게하고 출발하였습니다. 9시 정각

교신이가 자전거를 곧잘 타지만 오랜만에 타는 것이고 이길은 처음 가는 길이라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다음과 같이 순서를 짰습니다.
우리 부부 원경이 교신이 충신이 진실이...

뚝섬 유원지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행진했고
광진교 다리 아래에 우리 자전거들을 묶고 먼저 아차산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마눌님이 장로교신학대학을 갓 지나서자 나오는 오두막에서
여기서 그냥 놀다 가요~~~헉헉~~~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연 진실이의 원조...라 할만했습니다.

물론 진실이도 충신이도 심정적으로 엄마에게 깊이 동감한다는 표현을 제 눈치보면서 몰래몰래 내뱉고...

그러나 목표가 목표인지라...공격적인 인솔작전을 폈습니다.
마눌님은 좀 무서우니까...고운 말로 "당신 힘들겠지만 운동도 필요하잖아~~~"하며 달랬고
진실이는 "너 제일 언니가 되어서 이렇게 계속 비실거리는 모습만 보여줄꺼냐?"고 호통을 쳤고
충신이는 저의 성난 눈빛 하나로 찍소리 못하게 눌렀습니다.
원경이는 매사 긍정적인 아이라 그리 힘들어 하지 않았고
다행히...엄마가 끔찍히 아끼는 교신이는 신이 나서 제일 앞장을 섰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할 수 없다는 듯 마눌은 따라왔고
진실이는 제 호통에 정신이 났는지 아니면 사춘기 소녀답게 변덕이 발작했는지^^ 교신이와 함께 맨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아차산을 오르는데...날은 덥고 바람은 불지 않고...각자에게 맡겼던 짐들은 점점 제 어깨와 손에 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탁 트인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아차산과 용마산 사이에 깍아지른 듯한 협곡이 눈 아래 펼쳐진 곳에서는 아래에서 불어 올라오는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우리들의 땀을 잠시나마 식혀주었습니다.
저는 무척 행복했으나...하하^^혼자 행복했지요^^

이미 준비한 물은 아차산 입구에서 다시 보충해야 했고, 돌아오는 길에 쓸 물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던 차에 아차산 마지막 지점인 제4초소인가 하는 곳에...한 청년이 파는 아이스크림이 ..저의 마눌을 비롯한 불만족 그룹의 짜증을 제법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개당 천원이 아깝지 않았다는... 

...

거기서부터는 저도 처음 가보는 길이었습니다.
내리막도 가파랐고 오르막도 꽤 가파랐습니다.
용마산 맨 꼭대기에 오르는 것도 교신이에게는 쉬운 코스는 아니었구요.  

그 정상에서 사진을 딱 두장 찍었습니다. 빨리 내려가자는 성화때문에...

...

왜 용마산이예요?
어~ 온달장군 말이 용마였는데 거시기해서 거시기하는 바람에 여기를 용마산이라고 불러
당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죠?
아니야~진짜야...
허긴 너무 험해서 용마라도 떨어져 죽었을 법해요...헥헥...
좀 그렇지?
예..다시는 안올꺼예요...아~힘들어...

...

용마산 등산로 곁에 적당히 자리를 펴고 모두에게 꿀맛같은 김밥을 먹고 물을 마셨습니다. 12시30분

...

그리고 용마산을 내려가서 폭포를 구경하겠다는 ...그리고 다시 올라와 돌아가겠다는 저의 비밀스런 바램은 눈물을 머금고 접었습니다.

만약 그 계획을 말했다가는 처절한 쿠테타를 감수해야한다는 것이 명명백백했고...
지팡이는 빼앗기고 두개의 가방들과 땀이나서 미끌거리는 교신이의 손까지 접수한 상태에서 저 자신도 힘겨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돌아가는 길에 교신이가 그 상황을 이렇게 대변해 주었습니다.

아빠, 다음에 여기 온다고 하면 난 안올꺼야...-.-;;

...

아내의 "무릎이 아프다"," 여름에 등산하는 사람은 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등산은 다시는 안한다" 등등의 투정을 조마조마하게 받으면서
마침내 아차산 입구에서 피곤한 다리를 쉬었습니다. 쉬면서 거기 약수로 실컷 갈증을 해소하고 팔다리를 적시고 ... 기분들이 좋아진 것을 확인하고 대열을 수습하여 자전거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온달과 평강공주의 동상이 있는 곳 즈음해서
아내에게 같이 손을 잡자고 왼손을 내밀었는데...ㅎㅎ...그래도 새끼 손가락을 잡아주더군요^^(2시30분)

...

한강 자전거길을 달려 돌아올 때는 갈 때와 달리...그늘진 곳이면 어김없이 쉬었다가 갔습니다. 나이들어 힘없고 노쇠한 가장의 삶의 지혜랄까...ㅋㅋㅋ

그리고 마침내...
우리 동네 화평동 냉면집에 모여 ...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나실이까지 불러서 ... 모두 시원한 냉면 한그릇 먹으며 하루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4시)

...

나실이에게 말했지요.

담엔 너하고나 용마산 다녀와야겠다...^^


 

 

 

 

 

 

 

 

 

 

 

 

 

 

 

 

  • Pia2006.08.15 06:31 신고

    새끼 손가락을 살포시 잡힌 시각이 2시 30분...^^*
    행복하셨겠습니다. ^^*

    그런데, '만주'가 뭐예요?

    답글
    • malmiama2006.08.15 10:18 신고

      '만주사변', '만주벌판'..의 만주가 아니라
      달짝지근한 일본식 과자를 말하지요. '만쥬'라 하던데...만쥬사변^^

    • 봄빛2006.08.15 15:45 신고

      ㅎㅎㅎㅎㅎㅎ
      피아님의 질문도 웃기고
      거기에 따른 말집사님의 궤변은 더 웃겨~~
      '만두'의 오타 아닌가요??

    • 주방보조2006.08.15 16:05

      행복보다는 안도?쪽이죠. 무사히...하산했다는^^

      그리고 만주가 아니고 만쥬였군요^^ 저는 팥이 들어간 음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팥죽, 팥밥, 찐빵, 단팥빵, 만쥬^^

  • 소리2006.08.15 06:48 신고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더운 날씨에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그래도 가장이 하자는대로 다 하는 가족분들, 차암~ 착하십니다. 우와.... ^^

    근데, 쩜.님은 정말 그렇게 부인을 무서워하세요? 사랑이 너무 너무 가득한 무서움 같으세요.
    아이들이 나중에 아빠 같은 신랑을 만나야겠고, 아빠 같은 남편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겠습니다.^^

    답글
  • 김순옥2006.08.15 08:03 신고

    글을 읽는 동안 마치 히말라야 등반이라도 했을 법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허영호가 히말라야 등반을 했다면 교신이에게는 용마산이 그럴지도 모르지요 ㅎㅎㅎ
    '여름에 등산하는 사람 정신이 이상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에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그렇답니다.
    하긴 산을 오르는 것은 그나마 낫긴 해요.
    가장의 눈물겨운 가족사랑을 아이들도 언젠가는 알 날이 있겠지요.

    오랜만에 아이들 사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험생 진실이는 많이 수척해 보이고 원경이는 그사이 많이 컸군요. 다리 길이가 장난이 아닌..
    충신이는 건장한 남자의 모습이고, 교신이는 여전히 막내다운 귀여움이...
    마눌님은 여전히 나이를 거꾸로 가는 소녀 분위기...ㅋㅋㅋ

    언젠가 꼭 나실이와의 꿈이 이루어지시길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8.15 16:23

      오늘 나실이와 3시간 걸려 용마산을 다녀왔습니다.
      힘좋은 나실이 뒤를 쫓아가느라 ...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난 토요일 마눌이나 교신이의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했다는...하하

      나실이녀석이 이인용자전거 타고 가자하여...무거운 그 녀석때문에 흔들거려 공포스러웠지만 확실히 불평이 없는 녀석이라 마음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 malmiama2006.08.15 10:19 신고

    사진 오른편 뒤에 있는 사람 있잖아요...
    쉬 하려다가 멈칫 중인 유격조교 같습니다. ㅎㅎ

    답글
  • 봄빛2006.08.15 15:49 신고

    우하~!
    부러운 거~
    부러운 거~
    온 가족이 건강하여 함께 산을 오른다든지
    아님 자전거를 탄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하튼 뭐 그런 이야기만 나오면 부러움에 침을 흘리는 신세.

    앞으론 마눌님 눈치 보지 마시고 당당히 밀어 붙이세요.
    할 수 없는 처지에 부러움에 목이 매는 백성을 생각하라면서.
    건강한 육체, 건강한 정신.
    다섯아이는 하나님앞에 사람앞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쓰임 받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솔직히 말혀봐요.
    젤 힘든 분은 쩜님이셨쥬?? 분명 그랬을거구만.
    왜? 뇽감님이시잖어~)

    답글
    • 주방보조2006.08.15 16:41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올라가면서 그랬지요.
      야 이눔들아 오십 늙은 아비는 멀쩡한데 젊은 것들이 왜 이리 비실거려 앙!!!...
      내려오던 더 늙은분 한마디 하시더군요.
      50이 늙었어요?

      에 또...
      넘버3가 당당히 밀어붙이면 넘버1에게 혼나유~^^

  • coolwise2006.08.15 16:59 신고

    나이들어 힘없고 노쇠한 가장의 삶의 지혜.. 히유.. 수식어가 복잡도 하네..
    하여튼 그거.. 지혜.. 처절합니다. ㅎㅎ

    그래도 저보단 낫습니다.
    산에 가자고 하면 우리 식구들은.. 잘 다녀오라고 할 겁니다.. 바이바이~ ㅋㅋ

    답글
    • 주방보조2006.08.15 20:36

      그건 쿨님 가족이 좀 럭셔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가장의 성향을 따라가는 거니깐^^ㅎ~

      처절한 지혜...히휴 ... 그렇지요?

  • 알 수 없는 사용자2006.08.17 13:39 신고

    남편이 생일선물로 스스로 준비한 자전거가 집앞에서 놀고 있습니다.
    2인용으로 샀으면 제가 졸라서라도 몇번을 탔을것을...
    진실맘은 마치 충신이 여친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06.08.17 19:28

      이 댓글을 읽은 마눌 왈...충신이가 그렇게 늙어보인다는 말이예요 낄낄^^ 하였답니다. ㅎㅎ

      자전거 마음 잡고 이틀만 배우세요. 뒷자리에 유민이 싣고 다니면 너무 즐거운 나들이를 하실 수 있으실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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