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용서...

주방보조 2006. 6. 20. 01:08

<제86호> 용서가 안되요... 2001년 06월 20일
맏아들놈이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1학년때부터 계속 그랬는데...2학년이 되어도 나아지질 않습니다.
알림장적어온 글씨를 보노라면 울화통이 목구멍끝까지 올라오고 받아쓰기 평균 50점 받아온 주제에 서너명의 이름을 주섬주섬 섬기며 나보다 못한애들이 있다고 우겨대는 데 이르면 꿀밤한대는 어쩔 수 없이 날라갑니다.
네방좀 치워라...네
치웠니?...아직요
잠시후 딴짓하며 낄낄거리는 놈 불러다가...방은 다 치웠어?...아 참
발길질이 쭉 하고 뻗어나가죠...이눔의 자식...
게다가
필통 가져와 봐...없어졌는데요
어쩌다 없어졌어?(소리가 커지기 시작합니다)...그냥요
그냥요가 뭐야 이 멍청한 놈아 몇번째야!...우물쭈물 몇번짼가 셉니다.다섯번짼가...책상위에 놔뒀는 데 없어졌어요.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그냥 없어요
몽둥이 어딧어?...으으으 아부지 담부턴 안그럴께요
...
아이의 하는 짓만 보면
용서가 안됩니다.
...

그런데 최근에서야
이런 엉터리같은 아이를 용서하는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

그것은
나의 과거를 떠올리는 겁니다.

매일 숙제안해가서 매맞고 화장실청소 유리창 청소하던일...준비물 당연히 안가져 가고...학교까지 코앞이었는데 매일 지각은 도맡아서하고...같은 교회 교인 과수원 서리가서 훔치다 걸려 집안망신시켰던 일...동네꼬마들 데리고 철길따라 돌아다니다 동네 아주머니들 혼비백산케 했던 일...10점짜리 시험지를 화장실에 우겨 넣어 버리던 일... 등등

그리고는 대학생때까지 어리벙벙하게 동작이 굼뜨고 주변사람들을 갑갑하게 만들었었지..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내속에 타오르던 분노는 사그라지고 맙니다.

...

저는 이것이 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임을 깨닫습니다.

나를 돌아볼 줄 아는 것
하나님앞에 ... 내 모습이 어떠했으며 지금 어떠한가를 정확하게 깨달아 아는 것 말입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 용서못할 자가 누가 있으며...이해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도 그랬었지...
나는 더했었지...

그것이 결론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

자신을 의인으로만 알고
남을 정죄하기에만 바빠서야...용서라는 것 그 맛나는 요리를 냄새라도 맡을 수 있겠습니까?

...

큰 누나가 준 필통마져 잃어버렸다는 말에 이노오옴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발로 정강이를 대여섯번이나 차고 ... 그녀석을 울린 뒤... 좀 지나서 나도 그랬었는데하며...용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밤에 잘때 녀석의 방에 들어가
그 녀석 머리를 내 팔에 베게하려는데 벌떡 일어나더니 ...아빠야?...응
어이구 귀여운 우리아빠...???

나는 졸지에 귀여운 아빠가 되어 녀석의 팔안에 안겨버렸습니다.

이녀석은 벌써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했었나 봅니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잠을 참 잘 잤습니다.

용서하고 용서받아야...그래야만 우리의 삶이 행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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