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이가 인쇄물 하나를 쑥 내밀었습니다.
"아이들의 편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고 싶고, 또 행복할 것 같습니다만 그 외의 것은 마음만 받겠습니다"라는 요지의 편지였습니다.
물론 세째딸 담임선생님의...
원경이는 그래서
어버이날 쓰고 남은 편지지에
2학년때 담임선생님과 지금 3학년 담임선생님께 편지를 쓸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고요
충신이는
자기는 남은 편지지가 없으니(어버이날 아무것도 쓴 적이 없으니까요^^)
편지지와 편지봉투 살 돈을 달라하는 꼴이 참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충신이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충신아, 이번 네 선생님은 참 고마우신 분이다. 지난번 수학 시험을 엉터리로 쳤을 때말야, 학교에 남아서 보충수업까지 해주셨잖니."
우리 충신이가 수학성적 40점 이하인 네명중 하나였거든요.
그 보충수업 덕분에 그 점수를 속이고 어찌해 보려던 이 맏아들놈의 실력이 드러나...엄청나게 혼나고
그 이후엔 네번중 두번이나 백점을 맞아왔다는거 아닙니까^^
그래도 저는 어떤 선물 해 드리는 것 반대했습니다. 이미 학생의 부모가 전해주는 선물이 사랑과 존경을 조금도 나타낼 수 없는 시대이지 않습니까?
...
진실이와 나실이는
저축해 놓은 용돈을 각각 6천원 7천원을 타냈습니다.
예쁜 편지지와 봉투를 사고
진실이는 조그마한 선인장을 세개 샀고
나실이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하나 샀습니다.
교신이는 큰 누나의 선인장 중 하나를 쑥 뽑아 온 집안이 비명소리 가득하게 하였구요 ^^
...
적어도
우리집 아이들은 자기 선생님들을 참 좋아합니다. 선생님들이야 예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더 이쁘겠지만^^
그것은
아마
우리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으로 인식되는 이들이 오직 학교 선생님들 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벽 한시까지 두쪽이 넘는 편지를 네통이나 책상에 업드려 빽빽하게 써 대는 녀석들을 보고는
이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행복의 조건을 마련해준 제가 자랑스러웠다니까요^^
그게 뭐냐구요?
학원선생, 과외선생...같은 분들을 전혀 만나본 적도 없게 해주었거든요. 빨간펜선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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