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 아래 아파트엔 누가 살고 있길래
촘촘한 창문마다 불빛이 가득할까
혼자서 바라만보니 슬프도다 저 달빛
어제 하두 더워 밤 11시 다 되어 한강에 나갔습니다.
하코코와 먹귀족을 대동하고 말입니다.
한강 공원에 들어서서도 중간쯤 가서야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린
한강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즈음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강건너 아파트 위에 분식집 단무지같은 노란 반달이 떠 있었습니다.
아이들 가까운 외가 친척들이 바로 거기 살고 있는데
실제로 일년에 두어번 보면 끝입니다. 설날과 추석 명절을 빼면 거의 없다 해야 맞겠지요.
바쁘고 바쁘다는 핑계들로 가득한 서울살이라는 것이 참 삭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들을 생각하며 시조 한 수 짓자며 제가 초장을 읊었습니다.
그리고
중장을 하코코에게, 종장을 먹귀족에게 강청을 하였지요.
즉흥시라 좀 어색한 것을 몇번 깔깔거리며 퇴고를 하고, 마침내 마무리되어 그 자리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저 시조입니다.
마치 옛 양반들처럼
조촐한 부녀간의 지적 파티가 되었습니다.
...
축하한다, 보고싶었다, 잘 할 줄 알았다, 정말 대단하다, 잘 되었다. 믿었다. 잘 될거다. 다 그렇다. 잘 지내라.
말만 무성한 이 세상
한번은 어느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다른 친척이 너무 반가워서, 먹귀족의 눈에 눈물이 글썽하였는데
그분은 어 이 애가 왜이러지 하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장면을
하코코는 제게 몰래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먹귀족에게도 상처가 될까봐 말 안 했다며...
차츰 배워가겠지요. 이 세상 살아가는 법. 말만 무성하게 잘하고 마음은 딴 데 가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겠지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
먹귀족의 마무리인
슬프도다 저 달빛...이란 마지막 구절을 들었을 때 제 가슴이 불에 덴듯 금즉 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이 어린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슬픔을 만들어 버렸구나...
아...슬프도다,
바쁘다 바쁘다 하며 헛돌아가는 우리 인생이여...
-
서두에 필요하겠습니다.^^
답글
[범례/일러두기/다섯아이/나이순]
빈돼코:진실, 하코코:나실, 쥐바돼1:충신, 먹귀족:원경, 쥐바돼2:교신 -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운 두 따님과 밤나들이...부럽습니다.
답글
가끔 한얼이가 밖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말이 그나마 살아가는 위안입니다.
회사에서 늘 밥을 먹다가 일찍 들어올 때는 엄마밥보다는 엄마가 밥을
하는 게 귀찮을거라며 밖에서 먹자는 아들의 뜻에 따른답니다.
외식이 하고 싶어서, 밥을 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공유하는 시간이 즐거워서고
아이가 원하는 일이기에 받아주고 싶어서거든요.
작은녀석은 억지로 따라나서며 정작 비싼 음식 운운합니다.
한 달 반, 다음주 월요일에 남편이 돌아오네요.
무엇보다도 그동안 거의 부실했던 주부생활을 병행하는 게 부담이 됩니다.ㅎㅎ
말미암아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실은 글을 읽으면서 헷갈렸거든요. -
저도 말미암아님께 일단 감사...
답글
헷갈렸거든요. ㅋㅋ
특히 먹귀족의 마지막 종장...
이 세상이 준 슬픔이란 느낌보다
제겐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시심(詩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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