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저 달 아래 아파트엔 ... 그 님이 살고 있고

주방보조 2012. 7. 27. 09:54

저 달 아래 아파트엔 누가 살고 있길래

촘촘한 창문마다 불빛이 가득할까

혼자서 바라만보니 슬프도다 저 달빛

 

어제 하두 더워 밤 11시 다 되어 한강에 나갔습니다.

하코코와 먹귀족을 대동하고 말입니다.

 

한강 공원에 들어서서도 중간쯤 가서야 겨우 시원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린

한강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즈음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강건너 아파트 위에 분식집 단무지같은 노란 반달이 떠 있었습니다.

아이들 가까운 외가 친척들이 바로 거기 살고 있는데

실제로 일년에 두어번 보면 끝입니다. 설날과 추석 명절을 빼면 거의 없다 해야 맞겠지요.

바쁘고 바쁘다는 핑계들로 가득한 서울살이라는 것이 참 삭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들을 생각하며 시조 한 수 짓자며 제가 초장을 읊었습니다.

그리고

중장을 하코코에게, 종장을 먹귀족에게 강청을 하였지요.

 

즉흥시라 좀 어색한 것을 몇번 깔깔거리며 퇴고를 하고, 마침내 마무리되어 그 자리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저 시조입니다.

마치 옛 양반들처럼 

조촐한 부녀간의 지적 파티가 되었습니다. 

 

...

 

축하한다, 보고싶었다, 잘 할 줄 알았다, 정말 대단하다, 잘 되었다. 믿었다. 잘 될거다. 다 그렇다. 잘 지내라.

말만 무성한 이 세상

 

한번은 어느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다른 친척이 너무 반가워서, 먹귀족의 눈에 눈물이 글썽하였는데

그분은 어 이 애가 왜이러지 하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장면을

하코코는 제게 몰래 이야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먹귀족에게도 상처가 될까봐 말 안 했다며... 

 

차츰 배워가겠지요. 이 세상 살아가는 법. 말만 무성하게 잘하고 마음은 딴 데 가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겠지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

 

먹귀족의 마무리인

슬프도다 저 달빛...이란 마지막 구절을 들었을 때  제 가슴이 불에 덴듯 금즉 했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이 어린 아이의 마음속에 이미 슬픔을 만들어 버렸구나...

 

아...슬프도다,

 

바쁘다 바쁘다 하며 헛돌아가는 우리 인생이여...

 

 

 

 

  • malmiama2012.07.27 12:58 신고

    서두에 필요하겠습니다.^^

    [범례/일러두기/다섯아이/나이순]
    빈돼코:진실, 하코코:나실, 쥐바돼1:충신, 먹귀족:원경, 쥐바돼2:교신

    답글
    • 주방보조2012.07.27 21:50

      빈돼코:진실 여 대학4(빈대얼굴에 돼지몸통에 코끼리다리)
      하코코:나실 여 대학3(하마얼굴에 코뿔소몸통에 코끼리다리)
      쥐바돼1:충신 남 대학1(쥐와 바퀴벌레와 돼지처럼 삶)
      먹귀족:원경 여 고등2(먹는 것 밝히는 거북이 다리)
      쥐바돼2:교신 남 중등1(쥐바돼1과 동일)

  • 김순옥2012.07.27 16:10 신고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러운 두 따님과 밤나들이...부럽습니다.
    가끔 한얼이가 밖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말이 그나마 살아가는 위안입니다.
    회사에서 늘 밥을 먹다가 일찍 들어올 때는 엄마밥보다는 엄마가 밥을
    하는 게 귀찮을거라며 밖에서 먹자는 아들의 뜻에 따른답니다.
    외식이 하고 싶어서, 밥을 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공유하는 시간이 즐거워서고
    아이가 원하는 일이기에 받아주고 싶어서거든요.
    작은녀석은 억지로 따라나서며 정작 비싼 음식 운운합니다.

    한 달 반, 다음주 월요일에 남편이 돌아오네요.
    무엇보다도 그동안 거의 부실했던 주부생활을 병행하는 게 부담이 됩니다.ㅎㅎ

    말미암아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실은 글을 읽으면서 헷갈렸거든요.

    답글
    • 주방보조2012.07.27 22:06

      이유가 무엇이든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자주 외식을 하십시오^^
      두 딸이 돌아오고 나니
      집안이 시끌벅적하여 참 좋습니다.
      쥐바돼들이 여전히 쌩까고 있는 상태이지만 누나들 귀국 후 상당히 호전되고 있으며
      쥐바돼들이 어떻든 딸셋의 파워란 심리적인 면에서 상당한 지원세력이 되고 있습니다.

      외식은 셋보다 네명이 좋습니다.

      그리고...일곱명은 참 부담됩니다. ㅎㅎ

  • 이사야2012.07.27 21:57 신고

    저도 말미암아님께 일단 감사...
    헷갈렸거든요. ㅋㅋ

    특히 먹귀족의 마지막 종장...
    이 세상이 준 슬픔이란 느낌보다
    제겐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시심(詩心) 같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12.07.27 22:12

      얼마전 페이스북에 요즘 시가 잘 써진다 해 놓았더군요. 먹귀족이...
      고2면 그런 시심이 주어질만한 때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저는 세상을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선지...섬뜩했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