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데도
욕이 튀어나온다.
짐승이 등장하고 도끼가 등장한다. 스스로를 쌍놈이라고 불러가면서 말이다.
이건
종말적 증상이다.
오후4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구경하며 스마트폰을 잠ㅅ도 가만 두지 못한다.
자기는 착하단다.
자신이 컴퓨터에 매달리는 것은
아버지가 언제나 컴퓨터만 하고 있는 모습을보고 커서란다.
아버지가 뭐가 정직하냔다.
그리고
새벽 두시 반까지 컴퓨터에 매달려 앉아 있다.
욕이 튀어나온다.
내가 짐승이 되는 욕이요 살인자가 되는 욕이다.
그렇다,.
나는 컴퓨터만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살았다.
컴퓨터로 성경을 읽고, 묵상을 쓰고, 변론을 하며,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를 쓰기도 하며 살았다.
초창기엔 바둑도 두었고, 게임도 열심히 했었다. 새로운 배움이었고 만남이었고 즐거움이었다.
그래 반성해야지...그러면서
동시에 분노가 솟구친다.
다섯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을 더 어쩌란 말이냐
젖병을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가나다라를 익히게 하는 것까지
그리고학교에 보내고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고 해리포터를 함께 읽고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고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고
그래
컴퓨터를했다.
원경이도 거들고 아내도 거든다.
그래 너무 컴퓨터를 많이 했다고...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누구도 쉽게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의 글들과 사람들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만났다.
아, 반성한다.
그런데 화가 치솟는다.
이건 정말 종말적 증상이다.
욕조를 고치는 날
9시가 넘어 깨웠더니 머리카락이 완전히 자유자재로 뒤엉켜 있다.
머리를 좀 짧게 자르는 것이 어떠냐 했더니
뭐라 대답했다. 못들었다.
뭐라했느냐 물었더니 또 뭐라 했는데 못알아 들었다. 밖에 소음이 심했고 나는 복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재차 물었더니, 톤이 장난이 아니다. 아 정말 좀 길러볼꺼라구요!
도끼가 있으면 목을 쳐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무례한놈, 아비를 백수새끼야라고 친구들에게 욕하고 지랄한다고 떠들던 놈
내가 개고 이놈은 개새끼인놈,
욕을 퍼부어 주었다.
현관 앞에 망치를 집어들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견뎌냈다.
이건 종말이다.
묵시록이다.
아들이 아비를 경멸하고
아비는 아들을 멀살시키고 싶어 한다.
종말은
전쟁이다. 상처다. 피흘림이다.
그리고 끝이며 무감각으로 나아가는 길목이다.
나는 반성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분노한다.
그리고 절망한다.
나의 상처입은 가슴에 종말이 가까와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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